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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로그/제왕의 별 3기(2017)

[22세/이벤트]소년은 앞으로 나아간다


1.
마르. 소식은 들었다.
라크티 대륙을 돌아보고 이곳을 거쳐 스텔라타로 갈 생각이라지.
내가 섬으로는 돌아오지 말라고 했건만 기어코 돌아올 셈이냐?

...
......
.........

그래. 그 정도 말은 할 수 있어야지.
생각한 것보다 더 의젓하게 자란 것 같구나, 헤마르.

2.
그때 내가 네 앞에 놓은 선택은 퍽 가혹한 짓이었지.
하지만 너를 쫓아내다시피 떠나보낸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어차피 섬에 사는 사람은 눌러앉거나 떠나거나 둘 중에 하나인 법.

너희 부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얽매여 있었어.

네 아버지, 마스카레우가 사고를 당했을 때 너는 아직 앙코라의 뱃 속이었지.
태어난 너를 안은 마스카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아이가 누굴 닮았는지 물었다.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던 거야.

산파는 잠시동안 아무 말도 않다가 아빠를 닮았다고 대답해주었다.

3.
본인을 쏙 빼닮은 아이의 얼굴을, 이름을 기억할 수 없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지.
본인도 어땠는지 결코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마스카는 최선을 다해 너를 아끼려 했다.
그에 대해선 내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될테지?

그러나 한계는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런건 있는 법이야.

네가 그걸 필사적으로 쫓아가려하는 걸 보며 생각했다.
저 아이의 시야는 너무 좁아져 있다고.

4.
그래서 섬을 떠나라고 한거다.
딴 생각을 할까봐 돌아오지 말라는 말도 했지.
네가 여전히 집으로 자주 전화를 걸어오기에 내가 괜한 짓을 했나 싶을때도 있었지만...
내 기우였던 모양이구나.

이 6년간, 너는 더할 나위 없는 아이로 자라주었다.
이젠 아버지의 뒤를 쫓는게 아니라 자기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겠구나.

5.
라크티 대륙 여행, 느긋하게 해보거라.
많은 이와 여행할 때와 혼자 여행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얻을 수 있는게 많을 거다.

다만 이걸 잊지 마렴.

우리는 언제나 여기에서 널 기다리고 또 응원하고 있을 거란다.
만약 모든 걸 내려놓고 돌아오고 싶다면 그래도 좋아.
네가 내린 선택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존중해줄테니까.
 
이 넓은 세상에서, 가족으로 만났다는건 그런 거란다.

6.
돌아올때는 연락을 주렴.
네가 좋아하는 것을 준비하고 기다릴 테니까 말이다.
통신기로는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해도 함께 모여야 돌아온 실감이 나지 않겠니?

네 누나도 그때는 일정을 빼서라도 오겠다고 했단다.
...아이구, 이런. 이건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하하.

비밀로 해주련?

7.
자, 그럼 오늘은 이만 끊자꾸나.

다음에 네가 또 어떤 발견을 할 지, 할머니도 기대하고 있단다.
너와 네 누나 모두, 우리 집안의 자랑거리야.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식사 거르지 말렴.

사랑하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