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언라이트
2017. 12. 21.
[그룬왈드 생축 소설]수확의 달 25일, 새벽.
처음 그 꿈을 꾼 것은 아마 작년 이맘때였다고 기억한다. 꿈 속의 나는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데다 설상가상으로 피까지 흘리고 있다. 주변은 온통 어두침침하지만 누가 나를 쫓아오는 소리만은 선명하게 들린다. 이따금 나는 손에 든 검을 휘둘러 나를 잡아채거나 붙잡으려 드는 누군가의 손을 베어낸다. 그때마다 이명이 심하게 울려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앉아서 쉴 장소는 보이지 않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나는 어두운 복도 -그래, 그곳은 어느 성의 복도다.- 를 끝없이 나아가다 마침내 쓰러져, 수많은 손이 내 몸을 어둠 속으로 질질 끌고 가는 동안 낮고 차분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 순간 만큼은 목소리를 제외한 모든 것이 의미 없고 무가치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