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로그/EWIG(2015)
2017. 12. 12.
[시몬아술]214일.... 로그....
아술라는 정전을 겪은 적이 있다. 굵은 빗줄기가 연신 창문을 두드리고 번쩍이는 번개의 잔상이 망막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천둥이 요란하게 으르렁거리던 날이었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진 전기는 순식간에 빛을 앗아갔고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있던 아술라는 삽시간에 자신을 둘러싼 암흑에 당혹하며 고개를 들었다. 손으로 벽을 더듬어가며 도착한 창문 바깥도 어두컴컴한 걸 보아하니 자취방 뿐만 아니라 이 일대 전체에 정전이 찾아온 모양이었다. 쉴 새 없이 유리창을 내리긋는 빗줄기 너머로 보이는 어두컴컴한 거리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유리창에 한 손을 얹은 채 검은 풍경을 바라보던 아술라는 이내 창가쪽 벽에 등을 돌리고 기대앉았다. 촛불이나 손전등과 같은 단어들이 잠시 머릿 속을 떠돌았지만 이사온 지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