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차 창작/듀라라라!!

[미카도 수]거짓말쟁이 마군과 고장난 미짱

-원래는 미군마짱입니다. 

 

=======================================

 

 

나와 같은반 동급생, 류가미네 미카코는 상당한 미인이다. 미인인 만큼 내 마음 속에서의 비중도 몹시 크다. 정말 정말 소중하고, 터무니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그녀.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와 함께 느긋하게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뉴스를 보고있다. 뉴스에서는 한창 유괴사건에 대한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라고 중얼거려보지만 문제의 진원지는 바로 이 장소니 별 수 없다. 별 수 없으니 [살인보다 더 흉악한 범죄라니 최악]이라며 유괴에 대한 자신만의 주관적인 의견을 피력해본다. 하지만 그 의견은 손가락에 닿는 미카코의 매끈매끈한 머리카락의 감촉에 파묻혀 금새 사라져버렸다. 으음, 진짜로 부드러워서 밤에 잘때 이불 대신 덮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거짓말이지만.

 

"저기, 마군. 마군-."

"응, 왜 그래. 미카코?"

 

볼이 쭈욱-하고 늘려졌다.

 

"미.짱.이 아니면 싫.어!!"

"알았어, 미짱."

"에헤헤헤."

 

헤실헤실 웃는 미카코의 웃음은 그야말로 녹은 아이스크림같다. 학교에서 보여주는 냉정하고 차가운 드라이 아이스의 가면은 어디에 팔아버리신 겁니까? 하고 묻고 싶어질 정도로 흐물흐물 말랑말랑 끈적끈적한, 그야말로 당도 150% 과포화 상태의 미소. 물론 학교에서의 싸늘한 그녀도 좋아하지만 둘 중 어느 쪽이 좋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나와 둘만 있을 때의 미카코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러움이 뇌에 축적되서 며칠동안 밥을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간단히 말하자면 미카코 하악하악.

 

"그럼 다시- 마군, 마군, 마-군-."

"미짱, 미짱, 미-짱-."

 

괴이한 돌림노래다. 하지만 미카코가 함께 부른다는 시점에서 이것은 이미 찬가다. 대상은 물론 류가미네 미카코양. 그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벅차서 눈에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 딱히 좀전에 미카코에게 포크로 찔린 손바닥이 아파서 그런건 아니다. 아무튼 그 노래를 몇 번이고 부르고, 남들이 봤다간 염장죄로 쇠고랑을 찰지도 모를 언동이나 행위를 지칠 때까지 반복한 끝에, 미카코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는 사랑스런 자세로 잠들었다. 장난아니다.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죽을 것 같지만 여기서 죽다니 원통해서 죽을 수 없다고 패러독스적인 사고를 반복한 끝에 미카코를 살짝 소파에 눕힐 수 있었다. 소파에 눕힌 이유는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기 위해서이지 미카코의 머리가 무거웠다던가 하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는 아니었다는걸 확실하게 밝혀둔다.

 

…그건그렇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미카코의 사랑이 스며들어 굳어있는 몸의 근육을 풀고 천천히 다다미 방으로 다가간다. 손잡이에 손을 넣고 그대로 문을 미끄러뜨리듯이 열어젖히자, 내부의 어두운 공기가 물컹이며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그 냄새가 역겨워서 코와 입을 손으로 가리지 않고선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거짓말이다. 그리 심하진 않다. 그렇게 자기세뇌를 반복하며 안으로 두 걸음 들어가서 다다미 문을 아슬아슬하게 닫는다. 거실의 빛이 점점 얇아지면서 안에 숨어있는 소녀의 윤곽을 좀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안녕. 이름이 뭐니?"

 

이미 알고있지만, 거의 확신 레벨이지만 그래도 물어본다.

얇은 시야 속에서도 소녀가 잠시 망설이는 모습이 보였다.

 

"…아와쿠스… 아카네에요."

"그렇구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내 이복 여동생의 이름과 똑같다. 거짓말이지만.

방 바깥에서 자고 있는 미카코랑 목소리가 꼭 닮았다. 거짓말이지만.

사실은 태어나서 생전 처음 보는 얼굴과 이름이다. 거짓말이지만.

 

…그러니까, 결국.

 

이 마을에서 유괴사건이 발생했고, 그 대상은 뒷골목에도 손을 뻗고있는 아와쿠스 회의 외동딸이고, 그래서 용의자는 이 마을 어딘가에 살고있거나 이미 외부로 도망쳤으리라는 두 가지 가설 중에서 첫 번째 가설이 증명된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범인은 너다!'라고 개인지명까지 가능한 상태가 되버렸다. 수수께끼는 풀렸고, 사건과 연류되어 죽은 사람도 없고, 범인은 물론 죽을 생각이 없으며 할아버지의 이름은 새삼스레 걸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래서 뭘 어쩌란 말인가.

 

"…아아, 그러고보니."

 

물어본다는걸 깜박했다. 미카코의 귀여움에 머리가 녹아있었던 탓이다.

뭐, 미카코가 잠에서 깨어난 뒤 내 머릿속에 해당 질문이 저장되어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물어보도록 하자.

 

 

…ㅡ미짱, 어째서 이 아이를 유괴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