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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검은방

[검은방3/승범태현]냥이 태현이가 보고싶었습니다

-[참극의 라디오] 캐릭터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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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범은 곤경에 처해있었다.


검은방3의 촬영이 모두 끝나 회식을 온 것까지는 좋았다.
거기서 당연하다는 듯이 술이 돌려진 것까지도 좋았다.

 

가장 먼저 서현진과 민지은이 넉다운 되고, 백건영이 거하게 취해서 감독과 테이블 위에서 트로트를 불러제낄 때까지도 비교적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안승범은 취한 하무열과 서태준이 몸싸움을 벌리려는 걸 뜯어말릴 때 즈음에서야 자신이 제법 술이 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류태현이 서현진이나 민지은을 제외하더라도 검은방 촬영진 내에서 제법 잘 취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제법 신기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도중에 회식이 끝났고, 취한 태현이 스스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갈 만한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던 승범은 태현을 자기 집까지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태현의 집을 모르는데다 그렇게 하는 편이 다음날의 스케줄에 지장이 없을 것 같아서 택한 선택지였지만-

 

현재 일어나는 상황은 명백히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저, 저기… 태현 형…?"
"냥~?"
"취, 취하셔서 이러시는거 맞죠…?"
"냐~앙."

 

말을 듣는지 마는지, 눈앞의 태현은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고양이 소리를 내고는 혀로 날름 승범의 볼을 핥았다. 자신의 목덜미를 두르고있는 양팔에 잡혀 도망치지도 못하는 승범이 몸을 움찔거렸지만 현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고있는 태현은 승범의 몸 위에서 비켜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술에 취하면 사람이 개가 된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설마하니 태현이 형은 [술을 마시면 고양이가 되는 타입]이었던 건가. 완전히 취해 곯아떨어진 줄 알고 방심하고 있던 찰나에 습격(?)을 받아 본의아니게 앉은 자세로 태현을 끌어안게 되버린 승범이 쩔쩔매고있자니 허리 위쪽에 올라앉아있던 태현이 승범의 손을 잡아올려 자신의 머리 위로 이끌었다.

 

"냐아~"

 

손바닥에 부들부들한 감촉이 닿는다. 예상 외의 행동에 먼 옛날에 키웠던 애완동물의 기억을 떠올리며 승범이 태현의 머리카락을 살그머니 쓰다듬자 그 눈이 살짝 감겼다. 정말로 고양이같은 반응이라는 생각에 살짝 넋을 잃었다가, 승범은 그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말랑한 감촉에 다시금 긴장했다. 손바닥의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힌 태현이 손가락 끝부분을 할짝거리고 있었다. 그때문에 얼굴의 옆선이 손에 닿아, 그 앳된 라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거기에 손끝의 자극과 허리쪽에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의 삼중주에 눈을 꽉 감으며 속으로 주기도문을 세번정도 외운 다음, 승범은 태현에게 붙잡힌 손을 빼내 자유롭던 오른손과 함께 자신의 위에 있는 태현의 몸을 꽉 껴안으며 호소했다.

 

"태현이 형… 이제 그만해주세요…!"
"냥?"
"그러니까… 태현이 형이 너무 귀여워서…"
"냐아."
"…제가 어떻게 될 것 같다구요…!"


취한 사람이니까 말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테니 그냥 강제로 뿌리치면 될 텐데도 우직하게 변명을 늘어놓는다.
얼굴이 홍조로 새빨갛게 변해있는 승범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태현이 이윽고 두 손으로 승범의 얼굴을 붙잡아 들어올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마주치고, 태현이 헤실헤실한 얼굴로 조용히 입술을 움직였다.

 

"그럼 맘대로 해도 괜찮아."
"엣…"

 

승범이 놀란 표정을 짓는 것과 동시에 태현의 입술이 파고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