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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로그/퍼스트 위시(2016)

기분 역겨워.

잠든 내내 강제로 범해진 기분이었다.

앰버가 살아있고, 에오스는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은 학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 세 가지 상황은 서로 겹쳐 있을 수 없다. 땔감용으로 잘린 나무에서 뿌리나 가지가 자라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앰버는 죽었다. 그날 이후로 에오스는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 코랄은 그래서 소환사가 되었다.

만약에 앰버가 죽지 않았다면, 에오스는 지금도 그의 곁에 있겠지. 그는 여전히 흑와단의 학자로 지낼 것이다. 전제부터가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에 추측과 가설로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분명 그럴 것이다. 

헌데 저 모순되는 상황을 억지로 붙여놓고, 그게 잠깐이라도 현실이라고 인식하게 만들다니.

내가.
그걸 착각하게 만들어?

모든 일은 경험과 지식이 되어 의식 속에 저장되었다. 어떤 실수는 반성의 기반으로 삼아 다시 견고하게 쌓아올렸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 중 무엇 하나 잊은 적은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착각하거나 자기 형편에 맞게 왜곡하지도 않았다. 거기에 환상과 꿈을 들이부어 녹이 슬게 만들고 슬그머니 벽돌을 바꿔치우다니.

이런 기분은 캄캄한 어둠과 굶주림 속에서 좋을대로 놀아나던 동굴 이후로 처음이었으나,  코랄은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익히 해온 행동들이기도 했다.

'죽인다.'

그 외에 뭐가 있겠는가.
날은 천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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