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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로그/단간론파 리턴즈(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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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 키와 이목구비는 내가 지나친 시간만큼 성숙해졌건만 매서운 눈빛과 칼처럼 단정한 단발 머리는 옛날 그 순간 그대로였다. 어린 몸에는 버겁게만 보였으나 이제는 무섭도록 잘 어울리는 나기나타를 내 목에 똑바로 겨눈 채, 메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

그대로 목을 베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메이는 내 다리를 베어 주저 앉혀 버리고는 무기를 버린 맨손으로 내 목을 졸랐다. 굳은 살이 박혀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손이 숨통을 조여 오는 감각은 의외로 따뜻했다. 

"-----."

목소리가 들린다. 들리는데도, 알 수 없다. 너무 오래 헤어져 있었던 탓일까. 아니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탓일까. 온기는 느껴지는데, 목을 조여 오는 압박감은 있는데 가장 중요한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있는 힘껏 목을 졸려지고 있는 이쪽의 목소리가 전해질 리 없는 건 물론이다. 그래서 손을 뻗었다.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면, 하다못해 뺨에라도 닿고 싶었다. 어차피 이 아이는 손을 거두지 않을 테고 나를 용서해주지도 않을 테니까. 그러니….

그 순간 꿈이 끝났다.

깨어나자마자 용수철처럼 튀어오른 몸을 붙잡고 한참을 기침하다 시계를 보니 이미 아침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더듬어본 목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까닭 없이 손을 쥐었다 폈다 해보는 사이 메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지만 언제 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금만 더 손을 뻗었다면 닿을 수 있었으련만, 이곳에서는 꿈조차 야박하군. 나는 주먹 쥔 손을 물끄러미 응시하다 한숨을 토하곤 머리 맡에 벗어두었던 머리 장식을 들었다. 구슬들이 부딪치며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메이는 그 축제날 샀던 진홍빛 꽃 장식을 아직 가지고 있을까.
알아낼 길 없는 생각이 떠올랐다가 이내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