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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세포신곡

[논커플링]완전식품은 완전인간의 동의어가 될 수 있는가

※세포신곡 본편델씨은자막간까지의 스포일러 주의!


 

"햄버거는 완전식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시나노 에이지가 물었을 때는 한창 점심 무렵이었고 유명한 햄버거 가게의 간판 메뉴를 하나씩 사냥해온 용감한 무리들(식욕에 의욕이 없는 한 명을 제외하고)은 공원 벤치에서 부스럭부스럭 포장을 푸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기의 비율이 높은 메뉴를 고른 이소이 레이지가 눈썹을 기울였다.

 

"갑자기 뭡니까. 햄버거 가게에라도 흥미가 생겼나요?"

"그건 아니지만."

"아니지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두 사람이 그렇게 조잘거리는 사이 아토 하루키의 머리가 재빠르게 검색결과를 내놓았다. 완전식품, 가공하지 않은 원료를 먹어도 인간에게 필요한 요소를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식품. 대표적으로 우유, 달걀 등이 포함되지만 어휘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와 달리 이것들만 먹고 일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상, 검색종료.

 

"시나노, 미리 말해두는데 완전식품의 범주에 가공된 음식은 포함되지 않아."

"앗, 그랬죠. 그럼 가공된 완전식품!"

"엄청 가볍게 말을 바꿔버렸슴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바꾼다해도 이야기는 같아진다. 하여간 열량이나 그런걸 완전히 무시하고 가공된 음식 중에서 많은 영양소를 섭취하려고 한다면 최대한 많은 종류의 식품을 조합한 햄버거나 샌드위치의 위상을 넘볼 수 있는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 메뉴 중에서도 가장 작고 간단한 햄버거를 고른 하루키가 그런 논지를 설명하자 시나노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아 앙아하에요."

"다 먹고 말해." "다 먹고 말하십쇼."

"뭔가 간단하네요. 맥 빠질 정도로."

"세상 일이란게 그런 법이지. 나도 옛날에는 완전식품이라고 하면 모든 영양소가 집약된 알약같은걸 상상했으니까."

"하루키 씨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그 아련한 시선 뭔데?"

 

바로 옆에 앉은 이소이 레이지의 어깨를 찰싹 때리면 발언의 당사자가 케케켓 하고 웃는다. 옛저녁에 자기 메뉴를 다 먹어버린 지 오래인 하루키는 제 몫의 사이다를 홀짝이다가 말을 이었다.

 

"만약에 그런 알약이 두 사람에게 생긴다고 하면 어쩔래?"

"갑자기 상상력 게임인가요."

"뭐 어때. 할 일도 없는데."

"음~ 그래도 저는 직접 뭔가를 먹는 편이 좋아요! 식감이라던가, 맛을 느끼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면 너무 무미건조할 것 같은걸요."

"저도 알약보다는 제대로 된 식사가 좋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알약으로 모든 식사를 끝내고 싶다는 타입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전 감각 중시형인지라."

"감각 중시형이었구나."

"그 의미심장한 동어 반복 뭐죠?"

 

이번에는 이소이 레이지가 발로 제 형의 다리를 툭 찬다. 하루키는 과장된 몸짓으로 어깨를 움츠렸다가, 마치 다음 대답을 기다리듯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고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 왜, 왜 그렇게 보는데. 경직된 목소리로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이 비슷했다.

 

"하루키 씨는 어떻슴까."

"왠지 하루키 씨는 알약으로 끝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뭐어? 그럴… 그럴 리가 없잖아."

"침묵이 있군요, 시나노 씨."

"이건 확정이네요, 레이지 씨."

"진짜로 알약은 안 먹어. 나도 제대로 식사하는 감각을 느끼고 싶고, 알약은 너무 순식간에 식사를 끝내는 느낌이잖아."

"그렇다면야 다행입니다만."

 

거기서 화제는 그럭저럭 다른 흐름을 타기 시작하고, 아토 하루키는 그 흐름의 가장자리쯤에 발목을 담근 채 거의 비어가는 사이다를 빨아들였다. 무색 무취이지만 확실한 탄산의 감촉과 단맛을 지닌 액채가 빨대를 지나,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와 함께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오리진의 몸에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