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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세포신곡

[논커플링]작은 씨앗이 피어나는 법을 스스로 알듯이

-아토 하루키 생일 축하 이야기

(!!셒신 본편델씨 스포일러 주의!!)

 

#여기까지_도달한_네가_아토_하루키

#오토와_탐정사무소_사원_생일파티

#오토와탐정사무소_생일축하파티

#초절_쿨한_사회인_생일_축하합니다

#피날레_이후를_살아가는_너에게


 

 

"시끌벅적한 하루를 보낸 모양이네."

 

아토 하루키는 그리 놀라지 않고 고개를 든다. 눈 앞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갈색 머리를 한 소년이 걸어오고 있었다.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중학교 시절보다 조금 더 앳된 모습이다. 아토 하루키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알파."

"응. 나는 오리진 알파. 너를 이루는 세포야."

"새삼스러운 자기소개네."

"너를 축하해주고 싶었거든."

 

꿈은 무의식과 무의 세계여서 요란한 폭죽이나 케이크는 없다. 현실에서 한껏 소리와 맛을 즐기고 온 하루키에겐 도리어 그 편이 기꺼웠다. 알파도 그걸 알고 있는 듯하다. 주변의 풍경은 애매하게 일렁이는 듯 하더니 아토 하루키가 일하는 오토와 탐정 사무소의 풍경이 되었다. 알파가 그 풍경을 한 번 돌아보고는 옅게 웃었다.

 

"여기가 너의 공간이야?"

"정확히는 직장이야."

"그렇구나."

 

너의 자리는 여기일까? 알파는 정확하게 하루키의 자리를 가리키고 아토 하루키는 슬쩍 어깨를 움츠리며 해답을 보류한다. 어떻게 확신해? 잊었어? 나는 너의 세포야. 이런건 네 기억을 되짚어보면 금방이지. 3분 콩트 같은 대화가 오가고 알파가 아토 하루키의 의자를 잡아당겨 거기에 앉았다. 어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의자는 소년의 모습을 한 알파에게는 다소 높다.

 

"아토 하루키."

"응."

"오늘까지 살아줘서 고마워."

"........"

"앞으로도 너는 살아가겠지. 나에게는, 의사 없는 식물에 불과하던 나에게는 그것이 매우 바람직하게 여겨져."

 

알파의 말투는 동년배의 그것에 비하면 아득하게 방관자적인 색채를 띄고있다. 소년의 모습은 그저 한 겹의 껍질에 불과하고 그 내면에 있는 진정한 알맹이는 식물인 탓인지도 모른다. 생일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축하라는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 오로지 자기자신을 존속시키고 다음 세대를 남기는 데에만 모든 것을 집중시키는 이들.

 

"그러니까 굳이, 사람들의 형태를 빌려서 말할게. 오늘 수도 없이 들었겠지만... 「생일 축하해」."

 

아토 하루키는 금방 대답하지 않는다. 그 시선이 오리진 알파라 불리던, 작은 소년의 모습을 한 이에게 조용히 머물렀다. 알파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되묻는다.

 

"역시 선물 하나쯤은 주는게 좋았으려나?"

"아니.. 아냐. 그런게 아니야."

 

아토 하루키는 조금 망설이다가, 의자에 앉은 알파 앞에 살짝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오리진 알파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얼굴을 누그러뜨렸다. 온화한 시선이 아토 하루키를 담았다. 하루키는 꿈에서조차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알파."

"응."

"나를 기억해줘서 고마워."

 

소년의 얼굴은 앳되고, 갈색의 머리카락이 조금 길고, 팔과 다리가 말랐고, 적갈색의 눈동자가 깜빡거리고.

 

"나를, 나에게 전해주어서 고마워."

"......."

"네가 아니었더라면, 네가 이소이 하루키였던 나를 기억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인생의 큰 부분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말았을거야."

"그건 네가 스스로 떠올린 일이야."

"그렇지만 너도 기억해주었지."

 

수로는 차갑고 흐르는 물에 붉은 피가 번져나가고 숨이 막혀오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오르고 눈물은 보이지 않고 어떤 생명이 죽고 어떤 것이 그것을 받아들고서

 

"...고마워. 설령 네가 나의 일부라고 해도, 이것이 내가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단순한 위안에 불과하다고 해도... 나는 너에게 한없이 감사할 뿐이야. 나를 기억해준 너에게, 나와 함께 있어주는 너에게..."

 

나를, 혼자 두지 않는 너에게.

 

꿈은 무의식의 세계이므로 여전히 무언가를 전한다는 것은 애매모한 영역이 된다. 그럼에도 하루키는 제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서 알파에게 건넨다. 그래야한다는 듯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듯이.

 

그걸 위해서, 오늘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그러니까, 너에게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나 같은 식물에게는 생일이 없어."

"알아, 그래도."

 

천천히, 아토 하루키가 알파의 몸을 끌어안는다. 의자는 기울어지는 소리를 내긴 했으나 불안하게 삐걱이진 않았다. 알파는 그걸 밀어내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포옹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다지. 하루키는 짧은 상념을 배웅하며 입을 연다.

 

"너와 내가 만날 수 있었던 날을 축하하자."

"...그건 오늘이 아닐텐데?"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네가 처음으로 나에게 '부여된' 날짜같은건 이제 아무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말야, 내가 태어난 날에 만난걸로 하자.

 

마치 서로가 서로를 위해 태어났다고 믿는 어린아이같은 말이다. 알파는 하루키의 몸에 안긴 채 건조한 천장을 바라보다 그 말을 승인해주겠다는 듯이 하루키의 등을 마주 안아주었다. 꿈인데도 두 사람 사이에 온기같은 것이 퍼져나간다. 아마도 기쁨이나 슬픔같은 것이겠지.

 

"하루키."

"응."

"나도 널 만나게 된 게 기뻐.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루키."

"응."

"네 이름은, 아토 하루키."

"알고 있어. 잊지 않을게. 나도, 너도."

"그걸로 충분해."

 

정말로 충분해. 알파는 그렇게 속삭이고는 천천히 뺨을 기댄다. 아토 하루키도 그 뺨에 가만히 붙은 채 눈을 감았다.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어."

"응. 나도 네 곁에 있을게."

 

그럼 충분해. 그런 거지? 아토 하루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꿈이 끝났다.

 

*

 

그렇게 한 차례의 희극이 끝난다.

피날레를 지나, 한 사람이 살아간다.

 

그 사람의 이름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