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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크로스 오버

[이영싫X혈계전선]그 도시의 이름은 헬사렘즈 롯


내 이름은 나가.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인 평범한 일반인.

봉사시간 3천 시간과 특별전형입학이라는 떡밥에 낚여 히어로 기관인 스푼에 입사한 이후로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고, 개중에는 이제 글렀다, 나는 그냥 여기서 죽는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각오해야 할 정도로 큼직한 건수도 있었다. 세간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도시가 통째로 사라진 날」하는 식으로 점잔을 빼지만 이쪽 내부에선 그냥 툭 까놓고 「헬게이트 열린 날」이라고 부르는 그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아수라장에서 잘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땐 진짜 히어로 일이고 뭐고 이 도시는 끝났다는 생각박에 안 들었는데, 지금도 여기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걸 보면 나도 참 어지간히 적응해버린 모양이다. 뭐, 상황은 스푼의 다른 사람들도 비슷비슷하겠지.

"그래도 놀라운건 역시 아직까지 교육기관이 남아있단건가."
"갑자기 왠 뚱딴지같은 소리야? 나가 오빠도 여기서 대학교 다니잖아."
"뭐 그렇긴 한데… 중학교는 학급 유지가 돼? 3년전 그 사고 이후로 대부분 다 빠져나갔을 텐데."
"많이 빠져나갔지 뭐. 근데 그만큼 이계인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메꾸니까 그럭저럭 운영은 되나봐."
"그럼 수업도 같이 듣는거야?"
"응. 밥도 같이 먹고 그래. 아 맞다. 그거 전에 얘기해줬나? 수업시간에 어떤 이계인이 배가 고프다고 몰래 먹던 애벌레 몇 종류가 교실 밖으로 탈주하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 났다는 거. 그래서 우리 오후 수업 있었는데 그냥 일찍 마쳤잖아. 개이득!"
"개이득으로 끝나는거야? …하긴 우리도 수업 중에 뭐가 날아와서 휴강된게 몇 번 있긴 하지…."
"거봐. 이젠 이게 일상이지 뭐."
"일상이라…."

하긴 맞는 말이다. 이 도시에선 이런 일들이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이계인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초상인이라고 불리는 기묘한 존재들이 심심하다며 폭죽 터뜨리듯 사건을 터뜨리고, 가게나 건물이 부서지거나 터져나가는 것에 일일이 놀라기는 커녕 건물의 수리비는 누구에게 청구하면 좋을지 곰곰히 따져보거나 휴강을 대체하는 리포트가 또 늘었다며 머리를 감싸쥐게 되는 도시. 그곳이 지금 내가 살고있는 곳이자, 스푼이 활동하고 있는 본거지인 것이다.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매번 삥을 뜯기는 일상은 좀 그렇지 않아?"
"나도 좋아서 뜯기는건 아냐. …아무튼 구해줘서 고마워. 나가."

눈 앞에서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있는 이 사람은 레오나르도 워치. 예전에 뒷골목에서 심성 불량해보이는 이계인들에게 협박당하던 것을 도와준 걸 계기로 안면을 트게 되어, 현재는 서로 말을 놓고있다. 그 과정 사이에 3번에 걸친 삥뜯김 현장 목격 사례가 들어가지만, 지금은 굳이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아도 되겠지. 아무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도시에서 나만큼이나 평범하기 그지 없는 친구다. 듣기로는 이 도시를 취재하기 위해서 견습 기자 신분으로 왔다던가. 고향에 여동생이 있어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된다고는 하지만, 급여가 다른 도시에 비해 특출나게 좋은 곳도 아닌데 왜 굳이 이 도시를 고른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모양인데, 아직 친구가 된지 얼마 안 된 사이에 거기까지 캐묻기는 좀 그렇고.

"근데 머리의 그 원숭이는 뭐야?"
"아, 음속 원숭이 소닉이야. 사정이 있어서 내가 기르게 됐어."
"음속 원숭이? 아, 그 교배종 말하는 거구나. 들은 적 있어. 되게 얌전하네."
"사람을 잘 따르거든. 소닉, 인사 해야지?"
"끽, 우끼끽?"
"우와, 진짜 인사했어! 신기하다! 쩐다! 만져봐도 돼?! 만져볼래!!"
"나가, 일단 좀 진정하고…?!"

레오나르도가 하던 말을 끝맺지 못하고 내 뒤쪽을 향해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건 레오나르도의 왼쪽 어깨에 올라타고 있던 원숭이 소닉도 마찬가지여서, 나는 무언가 일이 터졌음을 직감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툭 떠오른 그림자 같은 것이 천천히 소용돌이치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직 내 주먹 정도의 균열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바람이 심상찮은 걸 보면 이대로 뒀다간 사람 한 두명이 사라지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 나는 혀를 차고는 의식을 집중해 균열 주변의 공간을 조금씩 밀어붙이는 감각으로 균얼을 메꾸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쉽게 들리겠지만 감각적으로 풀이하자면 신나게 돌아가는 선풍기 날을 맨손으로 붙잡아 억지로 멈추는 기분이다. 살살 잡으려 하면 튕겨나가고 그렇다고 너무 힘을 주면 날이 망가져서 오히려 더 크게 다치니 막무가내로 압축할 수도 없고…. 덕분에 10분은 고생해서 겨우 균열을 "닫을" 수 있었다. 이거 술사협회에 보고하면 얼마쯤 받으려나.

"휴, 끝났다."
"…나가, 방금 그건…?"
"아, 「헬게이트」라는 건데… 벌어지면 큰일나. 3년전에 자주 튀어나와서 사람 애먹이던 건데 간만에 보네."
"처음 봤어…. 근데 그거 위험한거 아냐?"
"음, 보통 두 사람이 한 조로 처리하는 거긴 한데 그냥 내가 하는게 더 빨라. 남들보다 내 초능력이 좀 세기도 하고." 
"……나가는 '좀 세다' 정도가 아닐텐데…."
"응?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냐."

레오나르도가 뭘 중얼거리는게 신경쓰였지만 일단 배가 고파졌으므로 같이 밥부터 먹으러 가기로 했다. 거기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들은 바에 의하면 최근 레오나르도가 일하는 곳의 선배가 엄청 생 양아치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능력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은데 성격이 그따위라 도저히 신뢰가 안간다나. 사사 선배같은 경우는 능력이 있는 듯 없는 듯 해도(미안해요 선배) 성격은 좋으니까 둘을 적당히 섞어서 나누면 정상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싶어 반 장난식으로 말했더니 레오가 정색을 하고 쓰레기는 1인분으로 족하다고 되받아쳤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그 사람도 어지간히 이상한 사람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가게 창문 바깥으로 거대한 지네같은 것이 배를 보이며 날아갔다.
뭐, 오전의 사건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평온한 하루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리고 30분이 지난 뒤, 나는 오늘까지 제출마감이었던 리포트를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는 걸 알고 좌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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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 : 3년전 N시를 집어삼키고 갑작스레 나타난 안개의 도시. 공식명칭은 헬사렘즈 롯이지만 내부 사람들은 그냥 헬이라고 부른다.
-HG : 이계와 현세 사이를 비집고 나타나는 「틈새」. 정식 명칭은 헬사렘즈 게이트지만 이게 터지면 끝장난다고 해서 보통 헬게이트라 불린다.
         덧붙여 주먹 크기의 균열을 좁히는 데에도 보통 두명의 술사가 1시간은 매달려야한다. 나가가 먼치킨인 케이스.
-BB : 블러드 브리드. 이계에서 배종된 고위존재를 말한다. 현세의 뱀파이어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나가랑 레오는 모르지만 스푼과 라이브라는 리더끼리 알음알음 아는 사이. 다만 대놓고 아는 척은 안한다.
-정부 소속 스푼이 시민의 안전과 안녕을 위한 조직이라면 비밀결사 라이브라는 블러드 브리드 전문 대책에 특화되어있다.
-그렇다고 나가가 블러드 브리드한테 꿇린다는건 아니다.


뭐, 둘 다 실눈캐라는게 비슷해서 붙여봤습니다.
대충 쓰고 적당히 설정 잡은거라 그리 재미는 없군요...

덤)

아리귤라 "그래서~ 한 사람은 액상으로 만들고, 다른 한 사람의 피를 싹 빼서 둘을 합쳤어! 이상적인 외모랑 이상적인 성격! 최고잖아?"
백모래 "최고야! 멋있어! 오직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두 사람을 합치다니! 순정만화 같아! 로맨틱해!"
메두사 "순정만화는 무슨…. 보스도 참 어지간하다니까. 죽이 맞는 저 계집애도 계집애지만."
오르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