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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인주人柱 마법소녀魔法少女

-보컬로이드 인주 앨리스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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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IN UNIVERSE

어느 곳에 우주가 있었습니다. 그 우주는 내부에서부터 에너지를 잃어가, 점차 작아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을 엔트로피 현상이라고 하던가요. 작아지기를 반복한 우주는 어느새 자아를 확립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우주'가 되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은 우주'는 생각했습니다.

-이대로 사라지는건 싫어.
-어떻게 해야 에너지를 다시 채울 수 있지?
-…….

'작은 우주'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끝없이 생각한 끝에 알아냈습니다. 

손실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품고있는 지구라는 행성의 생명체에게서 얻을 수 있는 감정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효한 것은 2차 성징기에 들어가는 소녀들이 느끼는 「희망」과 「절망」의 상전이였습니다. 이 에너지를 얻게되면 해당 개체들은 영혼의 소멸-일반적으로 인류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과 흡사한 상태입니다-을 맞이하게 되어버립니다만, 인류의 총 개체수는 현재 총 69억. 심지어 4초마다 10명씩 태어납니다. 이 정도의 손실쯤이야, 눈 깜짝할 사이에 메꿔질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작은 우주'는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얻기 위해 자신의 분신을 지구로 보냈습니다.

자신을 위해.
우주를 위해.
인류를 위해.


소녀라는 이름의 에너지원들은 그렇게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FIRST RED ♠

첫번째 소녀는 선명한 붉은 머리카락. 날카롭고 자유자재로 모습을 마꾸는 다절편을 한 손에 쥐고 '적'을 쓰러뜨립니다. 무기를 이용해 하늘을 가르며 싸우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붉은 섬광. 소녀가 싸움에 익숙해졌을 무렵에는 허공에 잔상이 남을 정도였습니다. 늠름한 싸움이 이어질 때마다 소녀의 붉은 색은 점차 날카롭게 벼려져 갑니다.

마녀는 소녀에게 간단히 쓰러집니다.
사역마는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습니다.

-뭐야, 엄청 쉽잖아.

아버지도 소녀에게 맥없이 베여나갑니다.
동생도 어머니도 수많은 신자들도 붉게 불타올라 사라졌습니다.

-아아, 이렇게나 쉽게.

서늘하게 날이 선 소녀는 무기와 함께 끝없이 많은 것을 베었습니다.
적도 아군도, 지키고 싶었던 것도 원해서 얻었던 것도, 한때는 자기자신의 신념이었던 것도.

싹뚝 싹뚝 싹뚝 싹뚝.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붉은 길이 이어집니다. 소녀가 이루어낸 길입니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멈춰서서 훌쩍이지도 않고 소녀는 나아갑니다.
그저 앞을 가로막는 것을 하염없이 베어넘기며….

붉은 길은 이윽고 붉은 결계로 이어져, 소녀를 도망칠 길 없이 가두어 버렸습니다.
그 순간 지쳐있던 소녀는 무릎을 꿇어 마치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 뒤… 영원히 침묵했습니다.


#SECOND BLUE ◆

두번째 소녀는 상큼한 푸른색 머리카락. 순수한 마음처럼 올곧고 맑은 검을 들어 적과 싸워나갑니다. 그녀의 싸움과 함께하는 것은 아름다운 멜로디. 소녀의 소원이 빚어낸 그 음색은 싸움에서 상처입은 소녀의 몸을 감싸안아 예전과 다름없는 상태로 되돌려 주었습니다. 

멜로디가 흐를 때마다 소녀의 상처는 금방 사라집니다.
올곧은 검은 부러지는 일조차 없습니다.
싸움은 소녀의 패배로 귀결되지 못했습니다.

-나는 모두를 지켜내겠어!!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소녀의 마음은 썩어들어갑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도, 아무리 싸워나가도 결코 치유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심하게 부패하기만 할 뿐.

-모두를, 아아, 그러니까 모두를 위해서.

사랑하는 이의 멜로디는 소녀를 엇나가 소녀의 친우였던 자에게로 흘러갑니다.
한번 일그러진 움직임은 그저 가열차게 흘러가며 소녀의 세계를 메워나갔습니다.
돌아갈 수 없습니다.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일그러짐은 이윽고 광기를 낳고, 광기는 점점 쌓여나가며….

파란 멜로디가 흘러넘칩니다. 어디까지고 어디까지고 흘러넘칩니다. 소녀는 숨통이 틀어막힐 지경이 되어가면서도 모두를 위해 웃으면서 검을 휘둘렀습니다. 그래도 가장 원했던 한 사람은 돌아보지 않습니다. 썩어가는 마음에는 푸른 곰팡이가 피어납니다. 가득 가득 피어나, 하나의 세계를 이룹니다.

거기에 한 줄기 붉은 빛이 닿았습니다.
마치 길처럼 보이는 그것은 기도와도 같은 침묵 후, 새빨갛게 터져올랐습니다.
한 송이 붉은 꽃같은 폭발 속에서 푸른 멜로디는 조용히 시들었습니다.


#THIRD YELLOW ♣

세번째 소녀는 다정한 노랑 머리카락.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시선으로 적을 겨냥하는 머스킷 총으로 적을 쓰러뜨립니다. 어릴 적부터 싸워온 그녀는 이제 어느 전투에서든지 여유를 잃지 않고 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투가 끝난 뒤 홍차 한 잔을 마시는 것 정도는 우아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싸움을 봐주지 않기에, 소녀의 퍼포먼스는 언제나 한번 쓰고 내버려야 하는 머스킷 총만큼이나 허무하게 비워질 따름이었습니다.

-살려줘…

소녀가 화려하게 싸울 때마다 내버려지는 무기의 수는 늘어만 갑니다.
버려지는 소리는 비어버린 찻잔이 컵받침에 올라앉는 소리와 닮아있었습니다.

탈그락 탈그락 탈그락 탈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혼자는 싫어…

그러나 쓸쓸한 우아함도 곧 종언을 맞이했습니다. 소녀의 모습에 반하고 동경의 마음을 품은 또 다른 소녀들이 찾아온 것입니다. 그녀들에게 있어 소녀는 마치 망국의 신비한 공주님처럼 보이는 듯 했습니다. 소녀는 그제서야 충만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발사한 총을 내버려도 더 이상 가슴 아프지 않았습니다. 찻잔이 컵받침과 부딪치는 소리를 내는 데에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소녀는 말하자면 기나긴 폐위의 시절 끝에 비로소 국민을 얻은 공주님이었던 것입니다.

이다지도 행복할 수가.
이렇게나 뿌듯할 수가.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그러나.

소녀가 잊어버린 공포는 적으로 모습을 바꾸어, 소녀에게 이빨을 드러냈습니다.
행복의 절정에서 단숨에 공포를 맞이한 소녀는 미처 다음 총을 꺼내들지도 못하고,
그녀의 모습에 반해 다가온 소녀들을 남긴 채 자신의 생명을 떨궈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겨우, 혼자가 아니게 되었는데.

#FOURTH PINK ♥

네번째 소녀는 부드러운 분홍색 머리카락. 금빛 활을 쥐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명은 강철을 닮은 검은색 머리카락. 조금은 머뭇거리며 분홍빛 소녀의 뒤를 따라 걸어가고 있습니다. 분신을 통해서 그녀들을 지켜보던 '작은 우주'는 이 소녀가 가장 적합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장 뛰어난 존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시 보기 힘들 정도로 드문 재능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우주'는 소녀를 죽 지켜보았습니다.

소녀는 노란 공주님을 동경했습니다.
소녀는 푸른 노래를 읊었습니다.
소녀는 붉은 길을 걸었습니다.

소녀는 이따금 걸음을 멈추기도 했습니다만, 결코 울지는 않았습니다.
또 한 사람의 검은색 머리카락은 그런 소녀를 종종거리며 뒤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작은 우주'는 그런 소녀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냈습니다.
네번째 제물을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가를.



'작은 우주'는 네번째 제물을 한번 죽여보기로 했습니다.



#FOURTH PURPLE ♥

네번째 소녀는 강철을 닮은 검은색 머리카락. 시간을 멈추는 주능력에 맞춰 권총이나 폭탄같은 현대적인 무기들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이들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능력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녀를 구하려면 이 정도의 일로 쩔쩔매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소녀는 마음을 다잡으며 적을 상대해 나가고… 또한 그녀를 보호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나는 카나메 마도카를 지킬 수 있는 존재가 되고싶어!

하지만 마치 손이 미끄러지는 듯한 엇갈림은 어디에서나 피어오릅니다.
소녀는 다시 하고, 다시 한번 더 시작하고, 또 다시 시작하면서 몇 번이고 반복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뒤 스스로 안에서 문을 열고 나와, 다시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손목에 매달린 방퍠형 기계는 그때마다 시계 초침처럼 찰칵였습니다.

-마도카, 너만 무사하다면….

앞으로 몇 번이나 반복되는 것일까요.
소녀는 분홍색 소녀가 마녀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다시 되돌아갑니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끝없이 이어집니다. 이것은 과연 언제 끝날까요.
'작은 우주'는 아마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네번째의 소녀가 네번째의 소녀를 구해내더라도, 또 다른 비극이 그녀들을 반복으로 이끌 것 입니다.
그 비극을 만들어내는 것은 '작은 우주'의 몫이었습니다.

네번째 소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반복하고, 되감기를 반복했습니다.
정신이 마모되어버릴 정도로 오랫동안….

#END OF ALICE?

'작은 우주'는 자신의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부 네번째 소녀'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녀들의 에너지가 '작은 우주'를 성장시켜준 것입니다.

'작은 우주'는 고마움의 표시로 지금도 끊임없이 헤메이는 그녀들에게 자신들만의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ALICE]

그리고 '작은 우주'가 본래대로의 모습을 되찾게 된 이후로도,
모르는 사이에 말려들어 길을 잃어버린 소녀들은 지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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