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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창작/혐오스런 스팬담의 일생

[혐스일/푸딩장관]보석안

장관의 숨겨진 오른쪽 눈에는 짧은 이야기 하나가 얽혀있다. 어릴 때 너무 심한 열병을 앓는 바람에 한쪽 눈이 아예 멀어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꽤나 병약한 체질이었고, 직접적으로 그 소문을 부정하지도 않았기에 사법섬의 사람들은 그 안대 뒤에 가려진 눈이 그저 하얗게 멀어있으리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그 말이 거짓임을 아는 것은 스팬다인을 비롯한 스팬담 장관의 가족들과 소수의 CP9뿐 이었으며, 결코 대외로 새어나가선 안될 비밀로 취급되고 있었다. 왜냐하면 장관의 오른쪽 눈에는 "미의 여신이 실수로 인간에게 떨군 눈물"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보석안이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보석안이란 말 그대로 보석으로 된 안구다. 선천적인 증상, 혹은 후천적인 발현으로 광물화한 안구는 그 자체로 값비싼 가치를 지닌 보석이며, 그 안에 담긴 넘치는 생명력은 예로부터 불치의 병을 가진 자들의 마지막 희망이 되곤했다.


그런 보석안이 장관에게 박혀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어릴 적 중병을 심하게 앓으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였을 때, 스팬다인이 귀하디 귀한 보석안을 구해와 아들의 눈에 이식하는 것으로 그의 목숨을 살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의 보석안은 다른 보석안 소유자들과 달리 본래의 눈색과 확연히 다른 연호박색을 띄었다.


커스타드 캐러맬은 그 아름다운 빛깔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스팬다인 및 직계 가족과 소수의 CP9만이 알고 있어야 할 보석안의 존재를 장관의 보좌관이자 대리인인 그가 알게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연히 장관이 안대를 다시 고쳐매던 사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에니에스 로비의 햇살 아래에서 빛나는 연호박색을 정면으로 목격한 것이다.


장관은 처음엔 당혹해하는가 싶더니 이내 체념했다. 


"이미 본 이상 어쩔 수 없지. 대신 어디 가서 얘기하면 안된다."


그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 커스타드는 종종 장관의 보석안을 보게 되었다. 주로 장관이 일을 하기 싫다고 늘어져있으면 그가 대신해 일을 처리한 다음 일에 대한 보상으로 보석안을 보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식이었다. 장관은 늘 이런걸로 충분해? 라고 되묻곤 천천히 안대를 벗었는데, 그 순간이 이상할 정도로 감질났다. 그리고 그 감질나는 순간이 지나면, 커스타드의 앞에 투명하게 빛나는 연호박색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아름답네요."


그렇게 말하면 장관은 어깨를 움츠렸다. 진심으로 질색하는 몸짓이었다.


"주어는 제대로 말해. 징그럽잖아."

"그렇습니까?"


전 딱히 어느 쪽으로 듣든 상관없습니다만. 본인이 듣는다면 지금 이상으로 질색팔색할 생각은 살짝 가슴 속에 묻어두고, 커스타드는 장관의 오른쪽 눈꺼풀 속에 담긴 연호박색 빛깔을 세심히 바라보았다.


언젠가, 이 눈을 두 번 다시 마주할 수 없는 날이 오더라도 눈 앞에 선명히 그려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