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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2차 + 자캐

[듀라라라!!]'바이브 카흐'의 이름을 잇는 존재들

이케부쿠로 거리에는 목없는 라이더가 있다.


라이더가 쓰고있는 고양이 귀 모양의 헬멧을 벗기면 거기에는 머리가 없다_고 한다.

라이더가 타고다니는 검은 바이크는 이따금 말의 울음소리같은 것을 낸다_고 한다.

라이더는 그림자를 뭉쳐 만들어낸 낫을 무기로 삼아 휘두른다_고 한다.


그 라이더의 정체는 아일랜드, 켈트 신화 등에 나오는 목없는 기사(듀라한).


하지만 실제로 그 정체를 아는 자는 극히 드물고, 더불어 그녀의 실명을 알고있는 사람 또한 적다.

그렇기에 그녀는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저 '목없는 라이더'라는 도시전설로 불려진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랬을 터, 인데.



"뭐?"


이케부쿠로의 자동전투인형이라 불리우는 헤이와지마 시즈오는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눈앞에는 자신의 허리보다 약간 큰 신장의 소녀. 소녀의 손에 쥐어져있는 수첩에는 볼펜으로 우아하게 적힌 영어 글씨. 읽기 힘들까봐 그 아랫쪽에 일본어로 띄엄띄엄 단어를 적어놓았다는 것에서 소녀의 배려심이 느껴지지만 지금은 그런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입에 물고있던 담배가 타들어가 재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시즈오가 수첩의 글씨를 바라보는 동안, 소녀가 다시 한번 볼펜으로 수첩의 글씨를 톡톡 두드렸다.


[DO YOU KNOW SERTI STULLUSON?(세르티 스툴루손 알아?)]


물론, 헤이와지마 시즈오는 이 이름을 알고있다.

목없는 라이더라 불리는 자신의 몇안되는 친우의 이름이니까.

하지만, 어째서 눈 앞의 이 소녀는 그녀의 이름을 알고있는것인가.


시즈오의 의문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 처럼, 소녀가 수첩에 볼펜으로 일본어 단어 하나를 더 추가했다.


<b>[엄마]</b>


"?!"


시즈오는 난생 처음으로 담배연기에 사레들릴 뻔했다.


=


그리고 잠시 후.


연락을 받고 말그대로 한걸음에 달려온 세르티는 시즈오의 근처에서 이쪽을 돌아보는 잿빛 후드의 소녀를 발견했다. 나이는 아마도 열셋이나 열넷…정도일까. 세르티가 머리를 잃어버린게 그럭저럭 20년전이니까 계산해보면 머리를 잃고 약 6년이 지난 다음에 낳았다는 이야기가 되버리지만… 애초에 그녀는 출산한 기억도 없을 뿐더러 임신한 기억도 없고 그걸 위한 남녀간의 뜨거운 열정을 품었던 기억도 없다!! 


세르티가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동안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소녀가 바이크 위에 앉아있는 그녀에게 막무가내로 뛰어들었다. 언제나 소매에 휴대하고 다니는 PDA를 꺼낼 사이도 없이 자신에게 안겨 얼굴을 부벼대는 소녀의 행동에 당황해하던 세르티는 시즈오가 자신의 시야로 수첩을 내미는 것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우아한 필기체의 영어와 실로 서툴게 쓰인 일본어, 그리고 제법 알아보기 쉽게 적힌 일본어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었다.


[<STRIKE>엄마</STRIKE>(SISTER)→언니]

[<STRIKE>엄니</STRIKE> <STRIKE>엉니</STRIKE>]

[<b>언니</b>(이 부분만 글씨가 깨끗하다. 시즈오의 글씨인 모양이다.)]

[언니!]


"…아무래도 언니라는 말을 엄마로 잘못 알고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일단 다행이지만… 그래도 아직 남은 문제가 있다. 세르티는 어렵사리 소매에서 손을 빼낸 다음 잠시 망설이다가 PDA의 자판모드를 영어로 전환해 자판을 두드렸다. 여전히 세르티에게 데롱데롱 매달려있던 소녀가 그 모습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Who Are You?]


소녀는 그 문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시즈오가 쥐고있는 수첩쪽으로 손을 뻗었다.

PDA같은 최신기기류에는 익숙하지 않은걸까. 아니면 단순히 수첩에 글자를 적는게 좋은걸까.


[YOUR YOUNGER SISTER, TERSI]


테르시. 자매라는 말에 따르자면 풀네임은 테르시 스툴루손.

하지만 이름을 알아내봤자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르티는 고개를 갸웃거린 다음 조금 잔혹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문장을 작성했다.


[But I Can't Remember You.]


소녀는 PDA의 문장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PDA를 들고있던 세르티가 이러다간 화면에 구멍이 나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뚫어지게.

이윽고 소녀가 수첩에 짧은 영단어를 적어 세르티에게 내밀었다. 


[SERTI IS DULLAHAN.]


맞는 말이다.

세르티가 고개를 끄덕이자 소녀가 그 왼쪽에 문장을 추가했다.


[TERSI IS BANSHEE.]


"반시… 아니, 밴시라고 읽는건가?"


뒷쪽에서 글자를 읽은 시즈오가 중얼거린다. 그 말이 맞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소녀는 거기서 펜을 더 움직여 DULLAHAN과 BANSHEE를 잇는 직선을 그린 다음 그 직선의 중앙에 BADHBH CATH라는 글자를 적어넣었다. 시즈오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세르티는 문득 일전에 신라가 시청하던 미스테리 프로그램의 대사를 떠올리고 소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듀라한 전설은 일반적으로 남성으로 그려지지만, 켈트 신화에선 전쟁의 세 여신 바이브 카흐(BADHBH CATH)에서 파생된 전설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여기사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울음과 죽은 이의 옷을 빠는 것으로써 죽음을 알리는 반시 또한 이 여신의 마이너 카피로 여겨지기도 하지요. 그렇게 보자면 둘은 서로의 친척뻘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반쯤 흘려들었던 말이 이렇게 실체를 얻을 줄이야.

정말로 세상일이라는 건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세르티는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을 반시라고 밝힌 소녀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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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적당히 프로필]


이름-테르시 스툴루손


나이-???(외견상 14세)


성별-여성


종족-반시


능력-울음으로써 타인의 죽음을 예보한다. (이때 피눈물을 흘린다.)

       

상세-세르티 스툴루손의 동생_이라고 주장하는 소녀(반시). 강아지 귀가 달린 잿빛 후드를 쓰고있다.

언제나 웃고있으며 그 이외의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아일랜드에 있던 시절 반시의 울음소리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 성대가 잘려나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궁극적인 죽음의 울음은 결국 막지 못했다.)

수첩에 글씨를 써서 의사소통하는 필담을 애용하기에 언제나 목에 수첩과 볼펜을 걸고 다닌다.

보통때에는 14세의 모습으로 돌아다니지만 유사시에는 24세(!)정도의 모습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세르티와 신라의 거주지에 얹혀살면서 세르티의 일을 돕는 와중에 신라로부터 일본어를 꾸준히 배우는 중.

동생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양녀처럼 취급받고있다(주로 신라에게)

헤이와지마 시즈오를 은근히 따르고 있는 중.

오리하라 이자야는 '곁에 있다간 반드시 울게 될 일이 생길 것이므로' 싫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