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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로그/위프닝(2017)

[덥크/더블 크로스]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카넬리안은 가끔씩 자신이 은퇴를 얼마간 늦췄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바뀌는 것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W과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있어도, 알음알음 W-바이러스에 대한 자료를 긁어모아도, 결정적으로 그들이 가진 것과 같은 이능력이 없었던 카넬리안은 관련된 현장이나 사건 수사에 슬쩍 고개를 내미는 것조차 힘들었다. 코랄에게서 흘러나오는 말이라도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 아이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법을 잘 알았다. 호기심으로 유도신문을 시도해본 앰버는 되려 자기가 휘말리는 바람에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기 일쑤였고, 코랄은 그 모습을 보며 웃기만 할 뿐 쉽사리 입을 열어주지 않았다. 

다그쳐서라도 비밀을 털어놓게 해야했을까. 당연히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나이를 먹으면 이런 털어놓을 수 없는 회한이 늘어갈 뿐이다. 장본인을 마주하고 차를 마시는 시간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홍차와 적당한 다과. 나누는 이야기는 얼마 되지 않고, 그나마도 코랄의 호출기가 울리면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시험 끝난 학생들의 학점정정신청에 답변해줄 때도 이것보단 시간이 더 걸릴걸. 언젠가 그런 말을 했을 때 코랄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웃었다. 제 누이가 죽었을 때와 똑같은 얼굴이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라도, 누이만은 아꼈다. 아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때의 웃음은 무엇이었을까. 한 발 정도가 아니라 수십 발은 늦게 도착한 사건현장은 원래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안에서 나온 시체 두 구 중 앰버를 제외한 다른 한 구가 (어렵사리 알아낸 바에 의하면) 늑대인간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카넬리안은 의문부호로 가득 찬 머리를 정리하게 위해 꽤나 애써야 했다. w과가 늑대인간을 상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시체는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거기에 앰버가 왜 죽어있어야 할까? 코랄은 어째서 저렇게나 담담한 얼굴을 할 수 있는걸까?

만남은 늘 남겨진 그녀가 싸늘한 홍차를 버리는 걸로 끝났다. 그날 일어난 일을 어떻게든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면 꺼낼 수 없었던 말도 시커먼 하수구로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다시금 안에서... 샘솟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니.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아마 원하는 대답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코랄은 여느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별일 없었어요."라 말할지도 모르지. 늘 앉는 자리에서, 격자무늬 창문을 등지고 그렇게 말하는 그 아이를 상상하면, 카넬리안은 경찰로 보낸 세월과 자신에게 쌓인 연륜이 무색하게도.

"카넬리안, 무슨 일 있나요?"

(...찻잔은 따뜻하다)

"아무것도 아니다. 최근에 시험기간이라 머리가 조금 복잡해서 그래."
"후후, 고생이겠네요."

닫아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따스하다. 
카넬리안은 살짝 마른 입술을 움직거리다, 생각도 없던 다과를 집어 입에 넣었다.

침묵의 맛이 쌉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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