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노 에이지+야나기 니나
#세포신곡_전력_60분 『변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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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것은 없어요."
야나기 니나는 시나노 에이지를 바라본다. 본래 이 자리에는 야나기 니나를 통해 탐정 사무소를 소개받은 니나의 지인이 동석할 예정이었다. 그것이 의뢰인 측의 갑작스런 교통혼잡으로 인해 30분 정도 일정이 밀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접선장소인 카페에서 적당히 잡담을 나누머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서로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문답을 나누진 못했다. (이건 두 사람 사이의 특수한 관계 탓도 있다) 따라서 이 말은 다소 예상치 못한 변화구였다. 니나는 입술을 살짝 물었다가, 말을 꺼냈다.
"단호한 말이네요."
"앗, 너무 딱딱했나요? 말하자면 세상사는 언제나 변한다는 말이 하고 싶었어요."
"인생에서는 여러가지 일이 일어나는 법이니까요?"
"네."
시나노가 밝게 웃는다. 니나는 그 표정을 바라보다가 키득키득 웃어버렸다. 한낮, 카페의 어느 한 자리에 앉아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닮지 않은 남녀. 타인이 본다면 연인으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이라기보다는 같은 상처를 짊어진 동류에 가깝다. 가깝다기보다 완전히 그쪽이다. 그걸 모르는 이들의 생각 같은 건 신경쓰지도 않고, 두 사람은 말을 잇는다.
"하긴 저도 제 인생에 지고천 연구소 사건 같은게 생길 줄은 몰랐어요."
"그걸 예상할 수 있다면 도리어 인간이 아닌거죠~."
시나노 에이지 앞에는 콜드 브루 커피, 니나 앞에는 카페오레가 반절 정도 비어있다. 부드러운 커피와 우유거품으로 입술을 축인 니나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만약에 그 사건이 없었더라도, 저희는 변했을까요?"
시나노는 금방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니나와 마주앉은 자리에서 시선만을 돌려 바깥을 바라볼 뿐이었다. 카페 옆창문을 통해 자전거를 탄 남자가 도로를 여유롭게 달려가는 모습이 마치 바람같았다.
"네, 그건 그것대로 저희를 변하게 만들었을 거예요. 다만 지금과 동일한 형태가 아닐 뿐이죠."
맞는 말이라고, 야나기는 수긍한다. 요우가 거기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지 않았더라면 분명 자신은 지고세포라는 영문 모를 것을 주입받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겠지. 동시에 요우를 모른 척 했다는 죄책감과 슬픔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변화는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인간을 찾아오는 법이다. 추운 겨울 밤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처럼, 흐린 날 땅을 적시는 빗줄기처럼.
"아,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게 하나는 떠올랐어요."
"어떤 건가요?"
"과거요."
니나는 말을 잇는다.
"지난 시간동안 우리가 내린 선택, 행동, 건넨 말들. 그런 것들은 이제 변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굳건하게 우리 뒤에 서서,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죠. …어쩌면 그래서 과거를 지울 수 없다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네요."
"아~ 분명 그럴 거예요. 그도 그럴게 나의 과거란 지금 여기에 서있는 나 그 자체로 증명되는 것이잖아요. 바꾸려고 하면 그렇게 고생스러운게 또 없죠!"
"맞아요, 그러니까 과거를 받아들이고, 하나의 나 자신이 되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죠."
"자신을 떼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두 사람은 신나게 이야기를 잇는다. 그러던 와중에 야나기 니나는 떠올린다. 언젠가 아토 하루키에게서 살짝 전해들었던 이야기. 시나노 에이지 또한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경험이 있다는 말을. 그 이상의 자세한 것은 들을 수 없었지만, 어쩐지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있죠, 요우를 정말 사랑했어요."
"…네."
"그러니까, 요우와 사랑했던 과거에 지지 않도록 쭉 나아갈 거예요."
"저도 아카네와 티나에게 많은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새삼스러운 이야기인데요."
슬쩍 목소리를 낮추면 시나노가 궁금한 표정으로 몸을 가까이한다. 니나는 그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하고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였다.
"저희들,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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