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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로그/Chaser(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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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엘은 그리 미술 성적이 좋지 않다. 사실 이 표현도 약간 점잖게 말을 돌린 것이지 실제로는 매우, 몹시 참담하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몬스트로를 꾸며보라고 말한들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짝꿍을 그려보라는 말을 들었던 때처럼 막막할 뿐이다.(참고로 그때 조슈아와 짝이었던 아이는 완성된 그림을 보고 울어버렸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하나의 개체에 약간 손을 대기만 하면 된다는 점일까. 우락부락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심플한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는 몬스트로를 쳐다보다, 조슈아는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은 면적이 넓으니까 뭐라도 그려볼까.
색깔은 파란색으로 하고... 무늬는 그냥 물방울무늬로 하면 되겠지.

하지만 일일이 파란색을 그려넣다보니 무슨 두드러기가 돋아난 것처럼 흉물스런 몰골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조슈아는 중도에 작업을 때려치우고 그냥 머리끝부터 물감을 뒤집어 씌웠다. 순식간에 블루베리색 몬스트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또 무얼 덧붙이는게 좋을까. 손에 묻은 물감을 털어내며 잠시 생각하던 조슈아는 몬스트로의 머리를 한 바퀴 빙 도는 화관을 그리고 손을 멈췄다. 새파란 몸에 색색의 화관. 몇 걸음 떨어져서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어떠려나.
여지껏 자신이 받아온 미술 수행평가 점수를 떠올린 조슈아는 조금 복잡한 기분으로 자신이 완성한 몬스트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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