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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로그/돈다이

『잃어버린 모든 기억은 찾았는가?』


어릴 적 떠난 어머니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집으로 올라오는 계단참에서 미끄러져 죽었다.

그 이후로는 죽 혼자였다.

습기 찬 공기와 철골 그림자 사이에서 가만히 구걸을 하던 작은 손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좀도둑질을 아는 손으로 자라났다.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뒷골목에서 날렵한 손을 가지게 된 사연이란 대부분 그런 식이었으니까. 

몇 번의 주먹다짐과 협박, 거짓말과 배달될 마약과 폭력과 어떤 종류의 유혹들을 겪으며 소년은 성인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갔다. 그동안 자기 처지를 비관하거나 죽음을 생각한 적은 없었다. 또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한 적도 없었다. 이렇게 살아있으니까. 하루를 넘겼으니까, 벌이는 해냈으니까 아무래도 좋다며 다음 일은 생각하지 않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사람이 계속 그런 식으로 살 순 없는 법이야."

그럼 나는 사람이 아니겠네.

웃으며 대꾸했던 상대가 화난 표정을 지었던 이유를, 라미드는 지금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와 정반대되는 세계에서 제복을 입고 활동하던 부부가 왜 자꾸만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들이 자신을 보고 씁쓸한 미소를 짓거나 안부를 묻는 이유 같은 것에도 무관심했다. 사람의 관계란 곧 미래로 이어지는 것이나 그는 미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으므로.

그런데 왜?

주머니에는 만년필이 있다.
팔목에는 푸른 팔찌가 있다.
눈 앞에는 결혼반지를 끼고 묻힌 시체가 하나.

제 이름 뒤에는.

『찾을 준비는 되었는가?』
 
묘하게 두통이 인다.
라미드는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