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언라이트
2017. 12. 21.
[베른그룬]전멸의 날
트친 펜님의 그림에 꽂혀서 쓴 글. ======================================== 피냄새는, 익숙하고, 친근하고, 때론 반갑기까지 했다. 빈사의 상처, 죽음에 절어 떨리는 숨결, 흥건히 고여 흘러내리는 피와 이따금 덩어리져 흘러내리는 고깃덩이도 그러했다. 이제까지도, 여태껏, 분명 앞으로도. 과거와 미래의 모든 시간축을 뒤지더라도 그가 죽어가는 것에게 연민, 혹은 동정을 느끼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이건- 뭐지. 의문부호를 붙일 여유조차 없이, 가빠진 고동을 배경음 삼아 호흡을 토해낸다. 시야에는 약간 비스듬하게, 자신을 정면으로 안고있는 누군가의 실루엣. 그가 아니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스킨쉽이라며 뿌리쳤을 그것은, 지금에 와선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