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리 에스반은 항아리를 들여다보며 자신이 비명을 질러야하는지를 고민했다. 이 호텔에서 일한지 어언 5년. 그동안 이 항아리에서 온갖 요상한 것을 다 만나봤지만 -그 중에서 단연 톱은 항아리에 어떻게 넣었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교묘하게 들어가있던 아프리가 토목상이었다- 이런 팁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녀는 우선 침대에 살짝 걸터앉은 채 항아리를 뒤집었다. 그녀의 깨끗한 에이프런 위로 누군가의 손임에 분명한 것이 툭하고 떨어졌다.
어쩌라고? 셜리는 울컥하는 마음에 손을 쿡쿡 찔러댔다. 손목이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남아있는 손목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음같아선 쓰레기통이 처박고 싶었지만 호텔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반드시 팁으로 주어지는 것을 받아야할 의무가 있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참 우스운 법령이다. 어쨌든 이 방의 손님은 그녀에게 팁으로 잘린 손목을 주었고 그녀는 그 손목을 감사하게 받아 집까지 들고 가야할 처지였다. 이런 제기랄! 그녀는 이 손님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줬는지 본인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호텔을 이용하는 손님의 신상을 일개 직원인 그녀가 알아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허리에 찬 주머니 속에 잘린 손목을 집어넣고 그 입구를 꽉 잠근 다음 다소 거친 동작으로 방안을 정리정돈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청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그녀의 동료인 엘리슨도 맞은편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기구함을 한찬할 생각으로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그보다 엘리슨이 입을 여는 것이 한박자 더 빨랐다.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있었고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녀와 3년지기 친구인 셜리는 그것만으로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셜리! 나 팁으로 10만 유리안을 받았어!"
"뭐라고?!"
셜리는 경악했다. 지금 자신이 세들어사는 방의 집세가 달달이 200유리안이고 여기서 일하고 받는 봉급은 그 세베인 600유리안이다. 그런데 10만 유리안이라고? 셜리는 엘리슨이 위조지폐를 받았거나 아니면 착시나 환각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했다. 하지만 엘리슨이 팁 주머니에서 꺼내든 지폐는 틀림없는 진품이었다. 셜리는 욕지기를 내뱉고싶은 기분에 휩싸였다. 분명 어딘가의 백만장자라도 묵었던 거겟지. 그에 비하면 자신의 팁은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손목 하나. 셜리는 잔뜩 기뻐하는 엘리슨에게 의례적인 축하인사를 건네주고 직원실로 내려갔다.
중간에 지배인과 마주쳐 팁으로 받은 손목을 보이자 지배인은 '간수 잘하게나'라는 말을 남기고 총총이 사라졌다. 손목을 잘 간수하라니? 어차피 썩어없어질 아이템이잖아? 그녀는 지배인의 등 뒤로 있는 힘껏 혀를 내밀어 보이고는 투덜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분명 엘리슨은 오늘 부로 이 일을 그만둘 것이다. 팁에서 대박을 터뜨린 직원들이 다른 직원들의 시기어린 시선을 받기 전에 쏜살같이 퇴직해야한다는 것은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셜리는 긴 한숨을 내쉬며 직원실의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좋아, 이 손목은 아프리카 토목상보다 훨씬 쇼킹한 팁이니 찬장 맨 위에 장식해줘야겠군.
그녀는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손목을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 고려해보기 시작했다.
'오리지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형形 이야기]"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0) | 2017.12.28 |
---|---|
Pool Maery_惡夢1109 (0) | 2017.12.28 |
[글쓰기 연습 동맹]문학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0) | 2017.12.14 |
[글쓰기 연습 모임]2와 4로부터 3에게 (0) | 2017.12.14 |
[글쓰기 연습 모임]소녀의 믿음 (0) | 2017.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