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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언라이트

[로쏘그룬]경고: 본 관官의 물품에 함부로 손을 대지 말 것

-고어 요소 있습니다.

-고어 요소 있습니다.

-중요하니까 두번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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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쏘는 일반적인 '예술'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물건들을 두고 마음의 양식이라느니 삶의 진정한 기쁨이니 떠드는 작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대체 뭐나 된다는건지. 이것이 그 유명한 누구누구의 작품이라느니 하면서 자기들도 모를 인물의 이름을 들먹이고 프리미엄을 붙이더라도 결국 그것들의 본질은 허구의 이야기이자 종이 위의 풍경, 잘 깍은 돌덩어리나 공기를 울리는 파동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한때의 유희거리에 불과한 것에 개미떼처럼 바글대는 꼴이라니. 그렇게나 드라마틱하고 가슴 저리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스스로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어버리면 될 것을. 거기에는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감탄하는 덩어리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인 선물이 있다. 로쏘에게 있어선 그 세계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정한 '예술'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룬왈드 론즈브라우라는 인간만은 소용돌이의 생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예술'이 되었다. 단순히 창백하고 고귀해보이는 외모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룬왈드가 지니고있던 죽음을 향햔 욕망이 로쏘가 가진 지식욕과 한 점 오류없이 맞물린 결과라고 봐야 옳았다. 그리고 로쏘는 뒤늦게나마 그룬왈드의 검은 옷에 가려진 새하얀 목덜미라던가 가느다란 손가락, 매끄럽게 이어지는 옆선 같은 것을 발견할 때마다 묘한 고양감을 느끼곤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일반적인 사람이었더라면 입을 맞췄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과학자다. 과학자는 대상을 가만히 내버려두고 감상하기보다 채집해서 연구하고 실험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지식이 될 만한 것을 뽑아내는 것으로 열정을 표현하기 마련이고, 로쏘는 연구라는 명목 하에 자신의 '예술'을 어지럽힐 때 회한이나 의무감을 느끼기보다 정복욕에 가까운 환희를 느끼는 전형적 매드 사이언티스트였다. 뒤집어 말하자면, 그에게는 자신이 인정한 '예술'조차 일개 '소유물'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 된다. 그것은 물론 그룬왈드도 예외는 아니어서 로쏘가 그룬왈드를 실험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이미 성유계에서도 일상이 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건 누가 한 짓거리지?

 

 전신에 타박상, 목덜미의 자상, 가장 심한 것은 무자비하게 들쑤셔져 눈꺼풀 안쪽의 살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왼쪽 눈. 거기에 이미 정상적인 안구의 흔적은 없고, 다만 부글부글 새어나오는 핏물 사이로 찢겨지다시피한 안구가 너절하게 흔들릴 뿐이었다. 탄환이 남아있진 않으니 총은 아니다. 단면이 예리하지도 않으니 단검으로 도려낸 것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가늘고 뭉툭한 형태를 지닌 물건이라야 이토록 무자비하게 눈알을 짓뭉개고 터뜨려, 뒷쪽의 살점까지 들쑤실 수 있겠지. (빌어먹을 인조 살덩어리 년.) 기계적인 동작으로 상처를 살펴보던 로쏘는 간신히 남아있던 그룬왈드의 오른쪽 눈이 덜덜 떨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하고 웃었다.

 

"꼴이 말이 아니네, 그룬."

 

숨소리.

 

"어차피 나을 상처지만, 소독은 해둬야겠지."

 

 몸을 기울여 그룬왈드의 머리를 가까이 끌어안는다. 쇼크가 심한지 안개가 낀 듯한 불투명한 눈동자로 올려다보는 그룬왈드에게서 짙은 퇴폐미를 느끼며, 로쏘는 짓뭉개진 붉은 안와 속으로 혀를 뻗었다. 짙은 피 맛이 배인 살점을, 마치 에피타이저를 즐기듯 섬세하게 핥는다. 혀가 닿을 때마다 전류가 통하는 것처럼 파들파들 떠는 그룬왈드의 등을 다정하게 쓸어내려 진정시키고 더 깊은 곳을 맛보면, 혀끝에 매끈한 점막이 닿았다. 보나마나 좀 전에 보았던 찢어진 안구겠지. 그것을 키스라도 하듯 혀 끝으로 어루만지고 있노라면 품 속에서 어린아이가 칭얼거리는 듯한 신음소리가 높아져, 로쏘는 유쾌함을 숨기지 못하고 등을 쓸던 손을 그룬왈드의 입 안에 밀어넣었다. 그 얼굴을 정면에서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이쪽엔 이쪽의 메인이 남아있으니 섣불리 떠날 수는 없었다. 

 

 혀로 더듬는 동안 대강의 형태를 파악한 안구를 살짝 들어올리고 혀로 휘감은 뒤 조금씩 바깥으로 들어올린다. 그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은 그룬왈드가 악문 이 사이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로쏘의 몸을 정신없이 할퀴어댔다. 오르가즘 직전의 발버둥을 떠올리게하는 동작에 잠시 히죽이고, 로쏘는 그룬왈드의 안구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교성과도 같은 짧은 비명. 끝에서 이어지는 시신경은 이빨로 물어뜯어 끊는다. 찢어졌다고는 해도 제법 크기가 되는 안구를 입 안에서 잠시 굴려보다 그룬왈드의 얼굴을 마주본 로쏘는 안구 하나를 통째로 빼먹힌 충격에 조금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망가진 얼굴을 발견하고 오싹한 욕정을 느끼며 그대로 입을 맞췄다.. 뭉개지는 안구에서 흘러나온 체액이 비릿한 피와 오랫동안 뒤섞이며 질척였다.

 

"소독은 뭐, 이 정도면 됐고."

 

 피투성이 키스의 끝에 얼마 남지 않은 안구의 찌꺼기를 삼키고 파르르 경련하는 그룬왈드의 몸을 쓰러뜨린다. 붉은 눈두덩이에서 피를 주륵주륵 흘리는 흑태자는 거의 까무러치기 직전의 상태로 숨을 헐떡이다 이내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 이마에 다시 한번 입을 맞춘 뒤 -의도치 않은 붉은 자국이 남았다- 로쏘는 입술의 핏자국을 핥으며 자신의 연구실을 뒤로 했다. 소독은 했고, 잠든 것은 확인했다. 다음은 제 분수도 모르고 남의 '예술품'에 손을 댄 여자를 찢어놓을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