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님과 문자로 나눴던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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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이자야씨는 만약에, 제가 다라즈의 리더 자격으로 당신을 막으려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흐음, 글쎄- 난 기본적으로 인간 러브지만 그 이상으로 미카도군에게 애정을 품고있으니… 이건 난감한 문제인걸?"
생글생글 웃는 얼굴은 정말로 곤란하다고 생각하기는 하는걸까 싶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방법은 궁금한걸? 대체 어떤 수로 나를 막을 생각이야 미카도군?"
"…그건, ………글쎄요."
일단 말은 꺼냈지만 '저' 이자야씨를 막을 방법이라…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이자야씨가 빙글빙글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얼굴을 나에게로 들이밀었다.
"어디까지나 한 예시로서, 이런 방법도 있을 수 있지."
그리고 입술에 작은 입맞춤.
행위 자체는 아주 가벼웠고 이자야씨도 직후 금방 얼굴을 떼어냈지만- 입술이 맞닿자마자 달아오른 얼굴은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아하하하하하하! 정말이지 미카도군은 너무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어! 이미 몇번이고 몇번이고 몸을 섞은 사이인데도 이런 순진한 반응이라니!!"
"…!!"
얼굴의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진다. 분명 지금 거울을 보면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어있겠지.
"그, 그런 얘기 아무렇지 않게 하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사실이잖아."
빙글 몸을 돌려서는 나를 꼭 껴안는다. 둘러진 팔 사이로 나의 고동이 증폭되어가는 기분이 들어 쩔쩔매고 있자니 이자야씨의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미카도군, 나를 막고싶다면- 미카도군을 나에게 줘."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요컨데, 내가 원하는건 미카도군이 단순히 육체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로도 나의 소유가 되는 일이라는 거지. 나만을 생각하고 나하고만 이야기하고 나에게만 감정을 드러내고 그 모든 감각을 오롯이 나에게만 허락하고 타인에게는 눈도 돌리지 않고 이름도 부르지않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만약 미카도군이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인간에 대한 흥미를 버릴 수 있어."
어때?하고 이자야씨는 히죽 웃었다.
그 웃음을 보자니 지금 이 사람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제대로 알고있기는 한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에요."
"흐음,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뻔히 알면서 이런 반응이라니….
"그러니까 저는 이자야씨는 다른 모든 사람들 중에서 첫번째로 우선시할 수는 있지만 이자야씨'만을' 바라볼 수는 없어요. 저에게도 하고싶은 일이란게 있고 해야하는 일이라는게 있는 법이니까."
내 말에 이자야씨의 얼굴이 조금 시큰둥해졌다.
"헤에, 그런 부분을 들고 나올줄은 몰랐네."
모르는 척, 을 하고있었을 뿐이면서.
"그렇다는건 타로님은 자신의 욕구를 위해 저의 사랑고백을 거부하신건가요! 칸라쨩 대쇼크!!"
"지금 이자야씨의 말투가 더 쇼크입니다."
이런데서 여자말투 쓰지말아주세요- 라고 말하려는 사이, 이자야씨의 손가락이 내 입술에 닿았다. 조금 차갑다.
"뭐, 확실히 인간은 사회적이지. 그래서 이런저런 일들을 일으키고 그러므오 나에게 사랑받아. 또한 그렇기에 인간 또한 나를 사랑해야하고 말이야-"
지극히 비정상적인 논리지만 일단은 잠자코 듣고있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나 역시 사회적으로, 자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일 권리가 있다…는 거겠지?"
"그렇………죠. 이자야씨가 외계인이라고 되지 않는 이상에야…."
ㅡ뭔가. 실수라도 한 것 같은 오한이 느껴진다. 직후 이자야씨가 나에게서 팔을 풀고 어딘가로 걸어가버린 덕분에 육체적인 오한도 겹쳐져 크게 한번 몸을 떨어버렸다. …이런 걸 소위 '귀신과 부딪쳤다'고 하던가.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나의 맞은편에서 멈춰선 이자야씨가 품속에서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언제봐도 변함없이 서늘한 은빛 날이 서있다.
"미카도군."
"네?"
"나는 자살할거야."
이해하는데 10초… 정도… 걸렸다.
"…에. 에에?"
"나는 네 눈 앞에서 자살할거야. 이 나이프로 손목을 푹푹 찔러서 동맥을 찢어, 거기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 말이야."
오른팔에 나이프를 쥔 채 왼팔의 소매를 걷어붙이자 손목과 이어지는 긴 팔이 모습을 드러냈다. 몇번이고 나를 안았던 이자야씨의 왼팔. 그 피부아래 아슬아슬하게 푸르스름한 혈맥이 비쳐보이는 자리에 보기에도 섬뜩한 은빛이 닿았다.
"무, 무슨, 짓을…."
"말했잖아, 미카도군. 「자살」이라니까?"
"…………………."
물론, 이자야씨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않을 것이다. 지금도 호언장담한 '동맥'이 아닌 '정맥'쪽에다가 칼을 대고 있는데다가 -이자야씨 정도 되는 사람이 동맥의 위치를 착각할 리 없다- 저 사람이 인간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나 맥없이 포기할 리도 없으니까. 그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에야-
"미카도군."
날이 선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부드러운 목소리가 오히려 머릿 속을 더욱 어지럽게 뒤흔들었다.
"이제 나를 말리고 싶어졌어?"
………….
………………….
…………………………….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침묵을 무슨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이자야씨는 맥빠진 표정을 지으며 나이프를 쥔 손에 힘을 주었고-
그 은빛에 붉은 색이 뒤섞임과 동시에 나는 이자야씨에게로 달려들었다. 양손에 각각 이자야씨의 손목을 하나씩 잡고 강제로 벌리자 팔은 아무런 저항없이 벌려졌고 그 서슬에 나이프에서부터 내 옷으로 한 방울의 적색이 튀었다.
"아하하, 역시 말려주는-"
"다시는!!"
자신의 목소리를 귀로 듣고나서야 자신이 떨고있음을 깨달았다.
"다시는! 이런 짓! 제 앞에서… 아니, 어디에서든!! 절대로!! 하지마세요!!"
"에, 미카도…군?"
이자야씨의 얼굴이 흐리다.
내가… 울고있는 걸까.
"이런거, 장난이라고 해도… 한번만 더 하면, 이자야씨를 평생의 평생, 죽어서도 미워할거에요…!!"
코끝이 찡하고 목도 죄여와서 시원스레 숨을 쉴 수가 없다.
이자야씨의 양 손목을 꽉 붙잡은 채 가슴을 헐떡이며 호흡하고 있자니 어느샌가 이자야씨에게 끌어안겨져 있었다.
분명 포근한데도, 심장 한 켠이 여전히 시리다.
"미안, 미카도군. 다시는 하지 않을테니까 미워하지 말아줘."
"……이자야씨, 바보 멍청이…."
"울지마."
끌어안긴 채 옷자락을 붙들고 오열하듯이 중얼거린다.
덜덜 경련하던 몸은 이자야씨에게 안긴 지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겨우 진정했다.
=
나는어쩌면이사람에게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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