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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듀라라라!!

[이자미카]그의 독백

 

"스토커는 스스로가 스토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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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오늘은 비가 내리는구나. 예전에는 비가 내리는 날은 습기가 차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아. 네가 나의 시선에 들어오기만 하면 날씨야 어쨌든 나는 아주아주 기분좋아지니까. 너도 그 사실을 알고있으니까 매일 창문으로 살짝 얼굴을 내민 채 내가 너를 발견해주기를 기다리는 거지? 그것도 같은 표정이면 내가 심심할까봐 맑은 날에는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웃음을 머금고, 흐리거나 비오는 날에는 조금 걱정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야. 나는 너의 그런 사려깊은 점을 좋아해.

 

네가 학교에 가는 길은 15분 정도 걸리지. 너는 그동안 소노하라 앙리나 키다 마사오미같은 녀석들과 함께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지만 사실 마음 속으로는 나를 생각하고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 길을 걷다 이따금 발이 돌에 걸려 비틀거리거나 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 사랑스러운 모습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 녀석들이 한심하기 짝이 없어. 기껏 옆에서 걷고있으면 너를 제대로 봐줘야 할텐데, 네가 비틀거리다 넘어진 다음에서야 깜짝 놀라는 꼴이라니 정말 쓸모없어. 너에게서 떨어진 곳에 있는 이 나조차 너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데 말야. 너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학교 수업을 받는 너는 대개 지루한 표정을 짓고있어. 분명 나를 만나고싶다는 생각을 하고있겠지. 나도 지금 당장 너를 만나러 가고싶지만 참아야해. 우리들은 남들과는 다른 비밀스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다른 연인들이 손을 잡거나 몸을 접촉하는 대신에, 우리들은 우리들만의 방법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는거야. 예를 들면 편지라거나 몸짓, 시선같은 것 말이야. 하지만 너는 너무 부끄러움을 탄 나머지 공책에 나를 향한 말을 적었다가 금방 지워버리고는 펜을 살짝 돌리는 암호로 나에게 마음을 전하지. 정말 귀여운 아이라니까.

 

수업이 모두 끝난 다음의 너는 분명히 기뻐하고있어. 왜냐면 비밀의 관계인 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귀중한 시간이니까 말야. 그 녀석들은 그것도 모르고 너에게 달라붙지. 그래도 네가 짜증내지 않고 웃는 이유는 나를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쁘지 때문이야. 나도 같은 마음이니까 녀석들 정도는 무시해줄 수 있어. 그런거에 화내기 보다는 보다 가까이 너의 곁으로 다가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거리에서도 너는 많은 사람과 마주쳐. 카도타의 일행이라던가, 사이먼이라던가, 세이지와 미카라던가, 그 빌어먹을 시즈쨩이라던가 말이지. 그 아무런 필요도 없는 사람들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며 나를 기다리는 너를 바라보며 나는 조금씩 너에게 다가가고 있어. 너도 내가 다가가는게 느껴지고 있겠지? 하지만 부끄러움을 잘 타는 너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가장하고 나도 마치 너를 깨닫지 못한 것처럼 가장하고 있어. 우리들은 비밀스런 관계니까. 그리고 내가 너의 바로 옆까지 왔을 때, 너는 비로소 고개를 들어 나를 보지.

 

"아…."

"안녕, 미카도군."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가 깜박거리다 이윽고 작개 고개를 숙이지. 나의 존재를 눈치챈 네 주위의 녀석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제일 방해되는 시즈쨩은 이미 저 반대편으로 갔다는걸 이미 확인했으니까. 지금 중요한건 비밀스런 우리의 관계가 들통나거나 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가까이 있는 너에게 미소지어 주는 것. 나의 미소를 본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순진한 표정을 짓고있지만 그 안에서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나는 알고있어. 왜냐하면 나와 너는 서로 사랑하고있으니까.

 

"…뭔가, 미카도에게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지나가는 길에 말을 걸어본 것 뿐이야. 너무 노려보지 마, 키다 마사오미군."

"…신주쿠의 이자야씨가 여기에 있다는 시점에서 아무리 경계해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 그럼 키다군을 위해서라도 난 신주쿠로 돌아가볼게. 바이바이."

 

…이 녀석은 네가 넘어지는 것에는 신경쓰지 못하면서 이런데에는 끈질기구나. 하지만 뭐 됐어, 결국 우리들의 관계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니까. 그리고 우리에게 있어 거리따위는 전혀 문제되지 않아. 나는 언제나 너를 바라보고있고 너도 그걸 알고있으니까. 헤어지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네가 집에 돌아가기만 한다면 언제라도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우리들은 채팅에서도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이런 녀석에게 일일히 신경쓸 필요는 없어. 오히려 신경을 쓰는게 거치적거릴 정도지.

 

…그런데 말이지.

 

"어째서 쫓아오는거야? 키다 마사오미군?"

 

나는 이런 식으로 너를 마주할 시간따위 없어. 지금 이 순간에도 미카도는 내가 자신을 봐주기를 기대하면서 길을 걸어가고 있을텐데 네가 있어서야 그 사랑스런 모습을 천천히 감상할 수가 없잖아. 정말이지 뭐하는 짓이야? 아아, 이 사실을 알면 미카도가 얼마나 슬퍼할까.

 

"…미카도에게, 접근하지 마."

"헤에?"

"미카도만은… 당신에게 넘겨주지 않을거야."

 

…미카도, 들려? 이 녀석은 마치 네가 자신의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어. 네가 마치 나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이라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어. 마치 자기가 너를 지킬 수 있다는 것 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정말 멍청하네. 너는 이미 나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다가 너를 지켜줄 수 있는 것도 나밖에 없잖아? 이 녀석이 무언가를 할 수 있을리가 없어. 너를 지켜주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건 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너를 뒤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지켜주면서 비밀스럽게 우리의 사랑을 지켜나가고 있어. 이 사랑을ㅡ

 

ㅡ네가 알 리가 없지.

 

 

"…아, 아하, 아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아, 우습다. 정말로 우스워. 이 녀석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릿광대일 뿐이야. 우스꽝스러워. 바보같아. 어리석어. 정말로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어. 내 앞에서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녀석이 우스워서 정말로 견딜 수가 없어. 이 아이는- 키다 마사오미군은, 정말로 바보같은 아이로구나!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니- 그래서야 사람을 좋아하는 거라고 할 수 조차 없지? 실격이야 실격. 미카도군. 이 녀석은 완전히 실격이라구ㅡ. 너의 곁에 있을 가치조차 없어. 원래는 시즈오 녀석이 제일 먼저 실격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이지, 이렇게 된 이상 그다지 결단을 망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미카도군, 이해해줘. 사랑의 걸림돌은 제때제때 치우지 않으면 안되는 법이잖아? 대신에 조금 후에 미카도군에게 사과의 의미로 작은 선물을 전해줄께. 분명히 너도 마음에 들거야. 아아,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

 

 

 

이 실격자를 처리하고, 금방 너를 만나러 갈게. 

 

 

 

 

"…사랑해, 미카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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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은 누군가에게 들리는 일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