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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듀라라라!!

[카도미카]미카도 총수 10제 중 06.제복

 

"그러니까- 역시 제복하면 교복이라니까? 가쿠란이라거나 세라복! 좋잖아?"

"하지만 메이드복도 빼놓을 순 없다고요-."

 

변함없이 시끌벅적한 이케부쿠로의 거리. 슬슬 배가 고파진 탓에 언제나처럼 사이먼이 일하고있는 러시아 초밥집으로 걸어가던 카도타는 자신의 바로 앞쪽에서 뭔지 모를 주제를 가지고 열띈 토론을 벌이고있는 카리사와와 유마사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사람이 북적북적한 거리이니만큼 그런 대화는 조금 자제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이 둘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조차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늘어놓는 녀석들이니 그런 행동은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카도타는 그저 그 둘의 대화가 자신에게로 넘어오지만은 않기를 바라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보면, 집사복도 꽤 로망이지?"

"음음, 집사복은 입었다간 뭐든지 다 해낼 수 있는 무적의 존재가 될 것 같달까-?"

"포크를 손에 끼워서 퓩퓩 날린다거나 말이지!!"

"Yes, My Lord!!"

 

…뭔 소리를 하는건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회화에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고, 카도타는 대화에 열중해 가게로 이어지는 모퉁이를 그대로 지나치려는 두 사람의 어깨를 붙잡아 빙글 방향을 돌렸다. 갑작스런 방향선회에 잠시 어리둥절해 할만도 하건만 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평하게 방금 전의 대화에서 이어지는 한없는 수다를 나누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인걸까. 설마하니 가게 안에 들어가서도 저 이야기에만 매진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랬다간 필연적으로 그들보다 무지한 (어디까지나 '그쪽'의 관점으로 봤을 때) 카도타나 토구사에게도 저 정체불명의 대화가 직격해버린다. 부디 사이먼네의 가게에 이 상황을 바꿀만한 요소가 있다면 좋을텐데.

 

"아, 어서오세요-"

 

점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이먼의 가게로 들어가려던 카도타는 자신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간 카리사와와 유마사키가 떡하니 굳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앞에서 뭘 하는건가 싶어 어깨를 슬쩍 밀어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마치 시체같은 둘의 상태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카도타는 몸을 기울여 두 사람의 어깨 사이로 사이먼네의 초밥집을 들여다보았다. 안에 있는 것은 몇명의 손님과 안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이먼, 그리고 그들의 정면에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점원 정도였다.

 

…잠시만. 사이먼네 가게에서 점원을 쓰던가?

 

카도타의 의문과 동시에.

 

"제복 모에 캐릭터 발견ㅡ!!"

 

카리사와와 유마사키가 동시에 기묘한 주문을 외치며 그 점원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

 

"…일손 돕기?"

"네."

 

점원 - 류가미네 미카도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이쪽을 경계하는 듯이 흘끗거리고 있는 것은 지금 좌석 한쪽에서 미카도를 향해 부담스러울 정도의 시선을 보내고있는 카리사와와 유마사키 때문일 것이다. 일단 카도타가 카메라를 압수하긴 했지만 이건 완전히 망막에다가 영상을 새길 기세다. 일단 미카도에게 저 둘은 신경쓰지 말라는 의미의 손짓을 해보이고, 카도타는 언제나 먹던대로의 메뉴를 주문했다. 주문을 들은 미카도가 주방쪽으로 사라지고, 그제사 한 시름 놓은 카도타가 테이블의 엽차로 손을 뻗음과 동시에 카리사와와 유마사키가 나란히 카도타에게 덤벼들었다.

 

"도타횽! 카메라 내놔!"

"어서어서!"

"어이어이… 사이먼이 듣는다."

 

엄지손가락으로 다른 손님을 대접하고있는 사이먼을 가리킨다. 그것만으로 효과가 있었는지 두 사람은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며 나란히 입을 다물었다. 카메라를 압수한 것인 카도타라면 흥분상태에 들어간 카리사와와 유마사키의 머리를 가격해 강제로 진정하게 만든 것은 사이먼이니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완벽한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라, 결과적으로 카도타는 두 사람의 소곤거림에 시달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치만 이런 모에한 존재는 찍어두지 않으면 안된다구요!'

'그래! 이걸 그냥 눈으로만 감상한다는 것은 중대한 범죄야!'

'니네가 지금 하려는 짓이 아슬아슬하게 범죄라는 사실부터 깨달아라.'

'그럴리가! 이건 2차원의 모에가 3차원에 현신한 초귀중사례란 말이에요!'

'맞아! 그야말로 여신강림의 기적!'

 

테이블 위에 납작 엎드린 채 숙덕숙덕. 그 사이에서 나누어지는 것은 실로 바보같은 대화지만 누가 봤다간 틀림없이 수상한 모의를 하고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 카도타는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를 자각하고 이 대화를 서둘러 끝낼 필요성을 느꼈다. 게다가 한 풀 꺽였던 유마사키와 카리사와까지 슬슬 다시 불타오를 기세다. 카도타는 쓰고있는 모자를 매만지며 말했다.

 

'애초에, 나는 그 모에라는 걸 이해를 못해겠다고.'

'에에-? 도타찡 미카도 군을 보고도 아무 생각 안들어-?'

'생각?'

 

힐끗 뒤쪽을 돌아본다. 마침 미카도는 어떤 테이블의 주문품을 열심히 나르고 있는 중이었다. 사이먼과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크기는 확연하게 다른 복장을 입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미카도의 모습은… 뭐, 솔직하게 말해서 귀여웠다. 갓 태어난 병아리가 부산스럽게 주변을 돌아다니는 모습이나 강아지가 코를 킁킁대며 돌아다니는 모습과 비슷하달까. 오래 보고 있으면 저절로 얼굴 근육이 풀려버릴 것 같다.

 

'그게 모에라는겁니다!!'

'게다가 제복 차림이니까 파괴력 두배!!'

'…아, 그러냐.'

 

아무리 봐도 훌륭하게 오타쿠 모드로 돌입해버린 두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하고, 카도타는 긴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엽차를 홀짝였다. 사람이 조금 있는 탓인지 미카도는 가게 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꽤나 바빠보인다고 생각하며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도타는 아까까지 시끄럽던 두 명이 갑자기 조용해졌다는 것을 눈치채고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 있는 것은 왠지 기분나쁜 미소로 이쪽을 보고있는 유마사키.

 

"…뭐야."

"카도카 씨, 제복 모에ㅡ?"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그치만 눈을 못 떼던데요 어쩌구 저쩌구하는 카리사와들을 반쯤 포기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카도타가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시선을 돌리자, 초밥을 들고있던 미카도가 살짝 고개를 숙여보인 다음 카도타가 주문했던 초밥의 이름을 확인하며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분명 오늘 하루만의 일손 돕기라고 들었는데 그동안 작업이 손에 익숙해진 모양인지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카도타는 마지막 접시까지 모두 내려놓고 다시 인사를 남기고 금방 돌아가려는 미카도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류가미네."

"네?"

"…수고많네. 열심히 해라."

"아, 네. 고맙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사라지는 미카도.

그 모습을 잠시 눈을 쫓다 음식쪽으로 시선을 돌린 카도타는 이번에는 카리사와의 미묘한 웃음을 마주하고 한숨을 쉬었다.

 

"너는 또 뭐야?"

"도타 횽, 미카도 모에ㅡ?"

 

카도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텅 빈 찻잔으로 카리사와의 머리를 가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