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을 갑자기 꺼낸 것은 이자야였다. 장소는 현재 류가미네 미카도가 자취하고 있는 아파트. 덧붙여 집주인인 류가미네 미카도는 지금 학교의 숙제를 하기위해 책상 위에 교재를 펴둔 상태에서 이자야에게 백 허그 당하고 있는 상태다. 예전 같았으면 등 뒤에 있는 존재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온몸이 빳빳하게 경직되어 숙제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겠지만- 그 '예전'이 '현재'로 변화하는 시간동안 여러가지를 이것저것 겪어버린 덕분에 이제는 이자야가 찰싹 달라붙어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래서 인간의 적응이라는 것은 무서운 거라도 하는 걸지도 모른다. 미카도는 그렇게 생각하며 노트에 수학공식을 계산해나가다 뒤늦게 이자야의 오차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저만이 만든건 아닌데요."
"알아. 넷 지인이라고 했던가?"
이자야는 그렇게 말하며 미카도의 한쪽 어깨에 턱을 올렸다. 목덜미에 숨결이 닿아서 간지럽다. 미카도는 샤프를 쥔 손에 미묘하게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살짝 어깨를 움츠렸다. 뭐가 그리 좋은지 이자야가 숨죽여 웃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 뭐가 목적인걸까. 미카도는 명확한 것을 계산해나가며 불명확한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연락이 끊겼지?"
"그렇죠. 실제로 어디에 살고있는지도 모르고."
"그리고 미카도군 혼자 초기의 협력자가 모두 없어진 상태에서 다라즈를 여기까지 키운거지?"
"…굳이 물어보지않아도 이자야씨라면 이미 잘 알고계실텐데요."
불어난 거짓말에 두려움을 느낀 이웃들이 하나하나 모습을 감춰버린 뒤, 미카도는 터무니 없이 자라나는 조직을 통제하기 위해 가짜 사이트를 만들고, 그 사이트의 게시판에 접속하기 위한 비밀번호를 만들어 가입하고싶다는 사람에게 슬쩍 건네주기도 하면서 거짓조직을 서서히 실체로 만들었다. 그 과정 끝에 다라즈는 이케부쿠로에 존재하는 하나의 조직이 되었지만- 그런 이야기는 이자야에게 있어 일상의 단편만큼이나 아무 의미없는 비밀에 불과하다. 어쨌든 자신이 다라즈의 보스라는 것을 애초부터 이미 알고있었던 사람인데다가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 미카도가 이케부쿠로에 오도록 하는 데에 한몫한 사람이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따위 서로에게 새삼스러울 뿐이다.
"응, 역시 미카도군 외의 다라즈 창시자는 없어."
"…? 무슨 소릴 하시는건가요?"
이자야는 미카도의 의문에 대답해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허리를 안고있는 두 손이 자연스럽게 옷 속으로 기어들어와, 미카도는 또인가 생각하면서 길게 한숨 쉬었다. 그와 동시에 이자야의 턱이 올려져있던 왼쪽 어깻죽지에 입술과 그 안쪽의 혓바닥이 닿는 감촉이 전해져왔다. 조금 전 숨결이 닿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생생한 감촉에 미카도가 얇은 신음을 내뱉으며 샤프를 부여잡는 동안 이자야의 입술은 목을 타고 점점 올라오며 마지막으로 도착한 미카도의 귀를 가볍게 깨물었다. 이쯤되면 숙제에 집중할 수 있을리가 없다. 포기한 미카도가 샤프를 책상에 내려놓는 소리가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그 몸을 가볍게 바닥으로 쓰러뜨려버린 이자야는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미카도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미카도는 간만에 등골이 싸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반가운 감각이었다.
"예를 들어서 말이야, 미카도군. 어떤 어머니가 있고 어떤 자식이 있어. 어머니에게는 한때 아버지가 있었지만 아이가 태어났을 무렵에 양육을 두려워한 나머지 어머니를 버리고 도망가버렸지. 어머니는 홀로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냈지. 아이는 어느새 어엿한 어른이 되었어."
미카도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이자야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의 소문을 들은 도망쳤던 아버지가 생각했지. '그 아이는 나의 아이이기도 하니 이제부터는 나도 아버지 대접을 받겠어'. 아버지는 그 생각으로도 모자라 아예 어머니의 약점을 하나 잡아서 자신의 양육권을 확실히 얻어내려고 했어. 그래서 그는 어머니의 약점을 알 만한 사람을 찾았지. 그에 상응한다고 생각되는 「금전」을 들고."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만들어낸 무언가에 얽힌 이야기.
이야기를 멈춘 이자야는 미카도를 내려다보며 문제를 내듯이 집게손가락 하나를 쭉 폈다.
"자, 그럼 미카도군. 이 아버지는 어떻게 됐을까?"
"………………."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미카도는 조금 전에 했던 공식보다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풀려버린 해답을 완곡하게 표현했다.
"…어쩐지 이자야씨에게서 조금 피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하하, 미카도군은 똑똑하네-"
이자야는 환하게 웃으며 미카도의 입술을 파고들었다. 미카도는 그 행위를 굳이 거부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그 목을 양팔로 감싸안았다. 코끝으로 이자야의 체취와 섞여있는 희미한 피냄새가 느껴지는 한 차례의 깊은 입맞춤. 이윽고 서로의 입술이 떨어진 다음, 미카도는 익숙한 손길로 자신을 더듬는 이자야의 목을 여전히 끌어안은 채 조금 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하나의 의문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