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
"...말했지, 딱 스물 다섯까지만 가면 나머지는 전부 보인다고."
"봐라, 네가 한 건 뭐지?"
"네가 하지도 못한 건 뭐냐?"
"그런 주제에 나만은 되지 않겠다고?"
"분수도 모르는 소리."
"그러니까."
"나처럼 되고싶지 않으면..."
"그냥 일찍 죽으라고 했잖아, 망할 년아."
..........................................................
명백한 기절이었다. 한참동안 기침을 하고서야 겨우 일어났다. 미미한 두통이 성가시다. 두근대는 안구를 눈꺼풀 아래 가두고 있다가 일어서자 다리가 균형을 못 잡고 비틀거린다. 그래도 어찌어찌 화장실까지 도착해서 토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잠깐 숨을 고른 다음 샤워기의 찬물을 틀고 그 아래로 머리를 집어넣자 물줄기가 투둑대며 아래로 흘러내린다. 걸리적거리는 스카프를 대충 풀어헤치다 문득 얼굴을 더듬어보니 안경이 없었다.
화장실을 박차고 나오다 문턱에 발이 걸려 구른다. 바닥에 팔을 짚은 채 상체를 최대한 일으켜 방 안쪽을 확인하니 침대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안경이 보인다. 안경에 연결된 끈만 풀려있을 뿐 크게 손상된 부분은 없다. 반쯤 기어가다시피 하며 손에 쥐고 끈을 다시 연결한 뒤 천천히 안경을 썼다.
더 이상 시야에 '그것'은 없다. 덜걱대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빨아들이자 매캐한 감각이 목을 쓸어내린다. 두 대 정도를 연달아서 피우다 바닥에 수첩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도로 주웠다. 탐정수첩이 아니라,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는 아날로그 수첩이다. 내 것 아닌 글씨를 대충 넘겨보다 마지막장에서 잠시 멈춘 뒤 수첩을 닫아 자켓 안주머니에 밀어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절대로 당신처럼은 되지 않을거야...!)
어린 목소리가 거품처럼 부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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