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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세포신곡

[세포신곡] Be Happy My Love

-세포신곡 B엔딩 스포일러 있습니다.

-커플링은 모두가 아시는 그 커플링.

 


 

그리하여 아토 하루키와 야나기 니나,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화려하진 않지만, 따스한 축복으로 가득한 예식이었다.
모두가 기뻐했다. 모두가 축복했다.

니나는 환하게 웃으며 하객들에게로 색색의 부케를 던졌다.

부케가 떨어진 자리로부터 웃음소리가 와르르 부풀어올랐다.

식을 올리기도 전에 태어난 첫째 아이의 이름은 하지메로 지었다.
첫 아이니까 하지메. 하루키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머잖아 둘째 아이도 니나의 태내에 깃들었다.

이번 이름은 많이 많이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째 아이는 쌍둥이였던 것이다.
물론 니나는 뛸 듯이 기뻐했다. 하루키도 기뻤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왁자지껄해질 집안을 상상하면 가슴이 설레었다.

오랫 동안 고민한 끝에 둘째 아이들의 이름은 <키보미>와 <미라이>로 정했다.
시작에서 이어지는 희망과 미래. 멋진 이름이었다.

아이들은 금새 태어나 첫 울음소리를 높였다.
니나는 연년생이 되는 세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았다.
하루키도 양육비를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이따금 의아해지기도 했다.
태어난 아이들은 뒤척이지도 칭얼거리지도 투정부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당신을 닮아서 다들 어른스러운 거야."

 

니나는 하루키의 뺨과 입술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 입맞춤에 응하며, 하루키는 의문을 녹였다.

그래.
그런거다.
그런거라면 설명이 된다.

어느 날, 하루키는 직장에 하루 연차를 냈다.
오늘은 니나의 생일이므로 깜짝 파티를 열어주려 한 것이다.
케이크도 샀다. 선물도 있다. 꽃다발도 준비했다.
매일매일 아이들을 돌보느라 힘들 니나를 위해서.
기뻐해줄까. 웃어줄까. 도리어 울어버리면 어쩌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하루키는 집에 도착했다.

도착했다.


하지만 정원쪽 창문으로 슬쩍 들여다본 거실은 비어있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장을 보러갔나? 아니면 낮잠을 자고 있나?
차라리 잘됐다. 케이크를 미리 세팅해두고 니나의 귀가를 기다리자.
하루키는 그렇게 생각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왠지 스산했다.
창문이 열려있나? 하지만 모든 창문은 꼭 닫혀있었다.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몸을 덮친다.
하루키는 마치 덫에서 치즈를 빼내려는 생쥐처럼,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적막한 집안은 싫었다.
공백 사이에서 무언가가 떠오를 것 같았으니까.
따뜻하고 부드러운 일상에 상흔이 남을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니나와 이야기 했다.
니나는 언제나 웃으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 따스함이, 어쩐지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하루키는 제 심장께를 꾹 누르고는 발길을 욺겼다.


발길은 정처없이 집안을 돌아다니다 다락방으로 향했다.
나중에 아이들만의 기지로 만들어 주자며 웃었던 다락방.
그 문이 조금 열려있다.

살짝 안을 보면.

"보세요, 하지메님."
"이 아이들이 하지메님을 구할 아이들이랍니다."
"오리진 감마는 우수해요."
"이제 더는 고통받지 않으셔도 되요."

기이한 풍경이라고, 하루키는 생각한다.
다락방에 놓인 의문의 거대한 기계.
그 안에, 인간이라 불러도 좋을까 싶은 형태가 있다.
니나는 그 형태에게 말을 걸듯이 세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하지메, 키보미, 미라이.

아이들은 다락방이 익숙한지 울지도 않는다.
공갈젖을 쪽쪽 빨며 숨을 쉬고 있다.
가끔 허공을 움찔거리는 팔다리가 사랑스러워 눈물이 났다.
그 사이 니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은 셋이네요. 조금 안정되면 넷째를 낳을거에요. 그 다음에는 다섯, 여섯…. 후후. 여기서만 하는 말이지만 오리진 감마는 외로움쟁이거든요. 분명 더 많은 가족을 원할거에요."

맞아, 니나.
나는 북적이는 집이 늘 부러웠어.
그래서 따뜻한 가족을 원했지.
니나 당신은 정말로 상냥했고….

"아아, 하지만 따뜻한 부부 놀이도 좀 질리긴 해요. 그냥 꽉 묶어서 침대에만 눕혀둬버릴까. 어차피 중요한 일은 다 침대에서 하는 걸요."

상냥하고, 마음 강하고, 올곧은 심성의….

"하지만 제 마음이 진정 향하는 곳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하츠토리 하지메님 바로 당신이에요."

….

"전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서 이 모든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에게."

"웃어주세요."

정신이 들고보면 뺨이 온통 젖어있었다.
선물과 케이크와 꽃다발은 테이블에 올려진 채였다.
도저히 어떻게 정리할 마음도 들지 않아,
의자에 힘없이 기대앉은 채 흐르는 눈물을 방치했다.





니나는 날이 다 저물 때가 되어서야 아이 셋을 안고 내려왔다.
테이블의 하루키를 발견한 그녀는 퍽 놀란 얼굴이었다.

"하루키! 당신, 울고 있잖아. 무슨 일 있었어?"
"니나…."
"어디 다쳤어? 누가 때렸어? 어느 놈이 감히!"
"그런게 아냐, 그냥 그냥."

"당신이랑 있는게, 너무 행복해서."

니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루키도 눈물 범벅인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바보네. 그런 걸로 울다니."
"미안해. 저기, 니나."
"응?"
"사랑해."

니나는, 잠시 하루키를 본다.
그 시선에는 왠지, 애처로이 주인의 바짓가랑이를 물어당기는 개의 모습이 담긴 듯했다.
그래도 좋다. 그래도 좋다고 하루키는 생각한다.
당신이 나를.

"응, 나도 사랑해. 하루키."

아아, 다시 세상이 빛난다.
멈춰있던 것이 움직인다.
식어있던 것이 따스해진다.
무채색에 색채가 돌아온다.

사랑이, 스며든다.

"나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니나. 사랑해…."
"어머나, 어리광쟁이가 되버렸네. 하루키군."
"키스해줘."

니나가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다가온다.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옹알거렸다.
이윽고 겹쳐진 입술이 깊이 얽혔다.
깊이, 깊이, 더 깊이, 도망치지 못할 정도록 집요하게.

"하루키."
"응."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을 지켜줘."
"응. 나 힘낼게."
"그리고 세상을." "니나."
"왜 그래?"
"…있지."

"넷째 아이의 이름, 요로코비에서 따서 <요코>는 어떨까."

니나는, 아아, 니나는.
정말로 부드럽고 상냥하게 웃는다.

"다른 이름도 생각했어?"
"응. 다섯째는 코코로. 여섯째는...."

이름을 잇는다.
미래를 잇는 이름이다.
이 이름들은 우리를 미래로 잇는 인연이 될거야.

그러니까.

"예쁜 이름들이지?"

부디 그 이름들과 함께 내 곁에 있어주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