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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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카와 츠바사. 우리 반의 반장. 양옆으로 땋아내린 머리카락과 안경이 무섭도록 어울려서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안경을 끼고 태어나지 않았을까 싶을 생각이 드는 외모로도 모자라 학교 성적도 더할 나위없이 우수하고 예절도 바른데다가 성격까지 좋은, 그야말로 반장 중의 반장이다. 게다가 성실하기는 또 어찌나 성실한지, 누군가는 하네카와라면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탯줄을 스스로 끊은 뒤 자신을 출산한 어머니와 의사 간호사에게 예의바른 인사를 건넸어도 전혀 이상할 일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신생아실에서부터 반장 역할을 했을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지나친 이야기다. 실제로 하네카와가 그런 성실하고 야무진 아이로 자란 것은, 유전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후천적인 환경에 의한 영향이 더 크니까 말이다.
말하자면 딸린 자식의 딸린 자식의 딸린 자식.
그렇다. 그녀는 그런 환경 때문에….
"왜 그래? 아라라기군. 좀 멍해보이는데?"
"응? 아, 아무것도 아냐. 그냥, 괴물의 집에서 뭔가 더 특별한 요소는 없을까- 싶어서 말이지."
"으음, 그도 그렇네. 단순히 괴물만 있으면 이름이나 등장하는 요소만 다른 귀신의 집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우린 수험생이니까 그리 세심한 준비를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사소한 아이템으로 뭔가 변화를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상당히 좋겠네. 함께 준비한 학창시절 마지막 문화제니까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거기에 추억으로 삼을만한 게 한 두가지 더 덧붙여진다면 좋은 회상감이 될테니까 말야."
단순한 말 한 마디에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반응해주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렇기에 멸종 위기종에 가까운 하네카와의 반장성이 더더욱 돋보이는 거지만 말이다. 나는 들고있던 샤프펜슬을 빙글빙글 돌리며 하네카와의 노트에 적힌 [괴물의 집] 인선 리스트를 바라보았다. 이 노트는 츠바사의 것이고, 그렇기에 그 방향도 하네카와 쪽에서 봐야지 제대로 읽히도록 놓여져 있지만 딱히 불편은 없었다. 애초에 내가 읽으려는 것은 그런 한자들의 동창회가 아니었으니까.
"음, 이런건 어떨까?"
샤프펜슬을 쥔 하네카와의 손이 빠르게 공책 위에서 춤춘다. 원이 그려지고, 그 안에 전갈이 잉태되면서 가장자리에는 뭐가뭔지 잘 알아볼 수 없는 글자 -아마도 라틴어이거나 히브리어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들이 새겨진다. 마지막으로 원의 윗부분에 작은 육망성을 그려넣은 하네카와는 성취감이 배어있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공책에 집중하고 있던 몸을 다시 똑바로 일으키며 공책을 중앙으로 밀었다.
"…이건 뭐야?"
"화성의 5 마법진. 강력한 액막이 효과를 지닌 부적이야. 이걸 대량으로 뽑아내서 들어가는 손님들에게 하나하나 쥐어준다면 어떨까? 내부에는 흡혈귀나 구미호가 같이 있어서 좀 동서양이 혼용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게 있으면 기분을 내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겠어?"
"흐음…."
"또, 이것도 있어."
하네카와는 손을 뻗어 남아있는 빈 공간에 사각형의 실루엣을 지닌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는 공책이라고는 해도 팔을 쭉 뻗어서 그린다는 건 제법 고된 일일텐데 아무런 문제없이 수월하게 그리는 걸 보면 역시 하네카와는 하네카와다. 머리에 있는 마법진을 그냥 그대로 베껴그리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닌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거기에 대한 지식이 하네카와에 비하면 완전히 전무한 내가 그저 그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사실. 이 사실에 대해 내가 낙담하기도 전에, 언뜻 보기에는 문처럼 생긴 마법진과 원과 곡선을 잔뜩 머금은 공책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달의 1 마법진. '시편 제 107편 16절 : 주님께서 놋문을 깨뜨리시며 쇠빗장을 부러뜨리셨습니다'라는 말에서 태어난 건데, 어떤 방식으로 잠긴 문이라도 열수 있는데다가 난해한 사태가 발생시 생각치도 못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는 마법진이야. 또 그 옆에 있는건 태양의 7 마법진. '제 116편의 16절과 17절 : 주님께서는 나의 결박을 풀어 주셨습니다. 내가 당신께 감사의 제물을 바치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겠습니다.'라는 주문에서 탄생한 마법진이야. 이건 태양의 힘을 빌려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부적. 우후후, 멋지지?"
"…음, 일단 이 달의 마법진이라는 건 들어가는 문에 그려넣으면 눈길을 끌 것 같은데."
나는 손을 뻗어 네모난 문 형태의 마법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네카와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샤프펜슬을 분주히 놀리다 어느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린 것처럼 내 쪽을 돌아보더니 살짝 쑥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 또 귀찮게 해버렸네? 미안해, 아라라기군."
"아니아니 괜찮아. 잘 모르는 이야기여서 되려 흥미진진했는걸. 넌 정말이지 모르는게 없구나."
"전부 다 알진 않아. 그냥 아는 것만 알 뿐이지."
"이 세상에 네가 모르는 오컬트 지식이 있다면 그게 엄청난 일이야."
그렇다.
이 성적 우수하고 우수한 성적을 가진 반장은 학교 성적만큼이나 우수한 오컬트 지식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계기는 딸린 자식의 딸린 자식의 딸린 자식이 되어가면서 받은 어떤 영향때문이겠지. 하네카와는 영어와 라틴어를 공부하다보니 어찌어찌 알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려는 부모를 두고 "그건 검은 마녀때문이야"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으니 일단 보통의 여자아이들과 같은 그저그런 마음가짐으로 마술을 대하고 있지않다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런 말을 조금 들으니 기쁘네. 우-!"
"………!!!"
또 하나. 말하는 것을 잊었지만, 하네카와는 어째서인지 오컬트 이야기가 나오고 /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면 이따금 '우-!'하고 말하곤 하는 말버릇이 있다.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는 되도록 오컬트 얘기를 꺼내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도 이것때문이다. 본인 말로는 어린아이같아서 부끄럽다고 하지만… 보는 내 입장에서는 그저 앞으로도 하네카와가 내 앞에서만 오컬트 이야기를 꺼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후 자신의 말버릇을 깨닫고 창피해하는 하네카와를 위로해준 뒤, 나는 선생님에게 따로 용무가 있다는 그녀를 남기고 교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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셕양이 지고있는 학교 바깥으로 걸어나오니, 때마침 바람이 불고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가 달리면서 만들어진 후폭풍이 뺨에 닿은 것 뿐이었지만 그런 것도 이쯤 되면 자연의 바람에 뒤지지 않는다. 나는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지긋이 손으로 누른 다음 태풍의 중심에서 혼자 유유자적한 표정을 지으며 운동장을 달려가고 있는 나우에츠 고등학교의 후배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칸바루!!"
폭풍은 금새 이쪽으로 방향을 바꾸다니 말그대로 껑충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설마하니 들이받지는 않겠지?
"오랫만이로군 아라라기 선배!! 게다가 선배가 친히 이런 미천한 나를 불러주다니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뭔가 일이 있다면 아낌없이 말해주길 바란다. 나는 몸도 마음도 선배에게 종속되어 있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그리고 나는 그냥 네가 보이길래 말을 걸어봤을 뿐이야. 오늘은 일이 없는 모양이지?"
"음, 없다! 그래서 심심풀이 삼아 운동장을 달리고 있었지! 나의 코슈타 바워는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녹이 슬어버리니까!"
신발에게 녹슨다는 어휘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렇다쳐도 이름까지 붙여두다니. 나중에 신발이 낡아서 버리게 되면 땅에 묻고 공양이라도 하는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것도 칸바루가 나름대로 신발을 아낀다는 증거겠지. 다소 언행이 특이한 녀석이긴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역시 칸바루도 여자아이다.
"덧붙이자면 바워는 공이고 코슈타가 수다!!"
"그런 부분까지 잘도 빈틈없이 여자답구나!!!!! 애초에 신발에게 공수를 붙이는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데?!"
"구분하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선배는 아직 이 세계를 잘 모르는군."
"몰라서 다행이라는 사실이 오늘처럼 감사하게 여겨진 적은 없어!!!"
이대로 가다간 코슈타가 실은 얀데레라는 말까지 나오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칸바루쪽에서 직접 화제를 바꿨다.
"그건그렇고 선배,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잠시 괜찮은가?"
"뭔데? 설마 또 저번처럼 일본에 남은 브루마의 위치정보를 물을 생각이라면 사양이다."
"그런건 아니다. 일단 묻고싶은 건 센고쿠 나데코와 관련된 사항인데."
"……쓰리 사이즈라면 나도 모른다. 모르는게 예의야."
"설마, 아무리 나라도 그런걸 묻지는 않는다. 내가 궁금한건…."
무척이나 자기답지 않은 대답과 함께, 칸바루는 말을 이었다.
"나데코는 대체 몸에 몇 개의 무기를 넣을 수 있는거지?"
"…………."
"저번에는 총기를 다루더니, 이번에는 몸 속에서 대전차 소총을 꺼냈다. 게다가 내 기억이 맞다면 일본도도 쓰던 것 같은데…."
"그건… 뭐랄까…. 귀여운 아이일수록 몸가짐을 철저히 하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일지도 모르지."
"그런가? 이해했다. 즉 나데코는 나의 여동생이 되면 되겠군!!"
"뭘 어디로 어떻게 이해하면 그런 결론이 도출되는거냐?! 너의 사고회로에 절망했다!!"
"괜찮다,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나의 그림자로 철저히 보호해줄 테니까!!"
"너의 그림자라는 시점에서 미치도록 불안하거든?!"
칸바루에게 물든 나데코라니 도저히 상상이 안 간다. 거의 천재지변 수준이라고. 아무리 너희가 메일을 나누는 사이라고 하지만 그건 좀 아니지 않냐.
"음? 아, 그렇군. 미안하다 선배. 선배 또한 나데코를 마음에 두고있는거겠지?"
"…아니, 마음에 두고 있다기 보다… 나데코는 이미 [화목한 가족계획]에 참가하고 있다고."
"이 무슨… 어쩔 수 없군. 그렇다면 나데코를 나의 신부로…."
"일단그게너의성향에맞는발언이니까크게분노는하지않겠다만이라는건훼이크고나데코에게먼저손대지마라요녀석아!!!"
성전이 벌어졌다.
한 마디만 말해두자면, 후회없는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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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 ebfkfkfkrlTl."
"…드디어 뇌내 언어영역이 죽어버렸구나. 하치쿠치."
"tlffPehlsmsthflgkwlaktpdy. wjsmsajfWjdgkekrndy?"
"이제 됐으니까 그만 한/영키를 눌러!! 그런 말을 하면 다들 짜증낼 뿐이라고!!"
"실례, 혀를 깨물어서 그만."
"…대체 어떻게 하면 혀를 깨문 것 만으로 그만한 전환에러를 일으킬 수 있는거냐?"
"그뿐만 아니랍니다. 바보같은 아랄라라기씨는 눈치채지 못하셨겠지만, 사실 전 아까 듀라라라기씨라고 말했죠!!"
"혀꼬인 이름으로 부르지 마! 그래고 그 이름은 이미 좀전에 경험했으니까 지금 말해봤자 식상하다고!"
"뭐라구요…?! 그렇다면 이제부턴 이자야기씨라고 불러드리죠!! 기분나쁘니까 저리가요 이 인간성애자!!"
"뭐가 어째?! 너처럼 건방진 소리를 하는 꼬맹이는 마구 만져주마!!!!!!!!"
"꺄악- 여기 변태소아성애자가 있어요- 경찰 아저씨 살려주세요!!!! …라고 할 줄 알았나요? 이래뵈도 저는 강대한 마녀라구요!!"
"마녀라고 해봤자 어차피 고양이일 뿐이잖아!! 그전에 그 설정으로 갔다간 넌 죽은게 아니니까 설정에 모순이 생긴다고!"
"후후후, 저를 너무 얕보시는군요 앍씨!! 그런 것 쯤이야 제 몸이 변하면 오케이죠! 펌펌펌킨☆"
"사람의 이름을 멋대로 한 음절로 줄이지 마! 그리고 네가 변해봤자… 헉, 그 모습은 설마!!"
"네 그렇습니다. 저야말로 이 시대의 완벽한 도짓코 메이드! 지금부터 아라라라라라씨의 방으로 쳐들어가서 정리라는 명목으로 방안에 파괴의 브레이크를 시전해보이겠어요!! 세제 대신에 구두약을 넣고, 접시를 정리하면서 밥그릇을 부숴드리죠!!"
"이 자식… 자기 안의 캐릭터를 멋대로 이용하다니!! 아까부터 묘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걸 일일히 묘사하기가 귀찮아서냐?! 그보다 그런 메이드는 필요없어!! 썩 돌아가!"
"우우… 저를 버리시는 건가요 주인님?"
"?!"
"훌쩍… 저는, 저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저는 슬퍼요… 우우…."
"………이,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하치쿠지 너………. 그렇게 울어봤자 등 뒤에서 총을 뽑아든 시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고! ROOM!!"
"아앗, 총이!!! 능력을 쓰다니 치사하군요!!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요?"
"뭐냐, 그건. 평범한 여자아이잖아. 설마 어마어마하게 전투력이 높다던가 그런거냐?"
"후, 그렇다면 듣고 놀라도록 하시게…. 이 몸은 남자다!!"
"…뭣?!"
"왜 그러는가 자네… 갑자기 얼굴의 안색이 변한 것 같소만? 혹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남자일리 없다'고 생각하는겐가?"
"웃기지마! 그 말은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여자일 리가 없어'겠지… 핫!"
"그 말을 알고있다면, 이미 이 몸의 함정에 빠진 거나 진베 없네!! 자아, 이 몸의 매력에 무릎을 꿇으시게나!"
"하치쿠지 너 이 자식… 잘도, 잘도 이런 계략을 꾸몄구나… 라고 포기할 줄 알았냐아아아아!!! 네가 감히 그렇게 나오겠다면 철저하게 네 몸을 유린해주마!!"
"뭐라고?! 자네는 지금 감히 나의 몸에 손을 대겠다는 것인가!"
"후하하하, 물론이다! 자아 어딜 만져줄까!! 역시 가슴이냐? 가슴을 만져주길 바라는거냐? 그렇다면 우선 그 주변부터 착실하게 공략해주지! 각오하는게 좋아!!!!!!!!"
"이이이이이이이익ㅡ!!!"
콰득.
"!!!!!!!!!!!"
<잔인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화면조정이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아라라기씨."
"뭐냐."
"폭력이란… 정말 허무한 거군요…."
"그러게 말이다…. 상처밖에 남지 않아…."
"전 상처 하나 없고, 아라라기씨는 생겨봤자 없어져버리지만요."
"…그러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아라라기씨,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요."
"뭐야? 궁금한 거라도 있어?"
"저랑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되어주세요."
"필 요 없 어!! 너의 제안에서 피와 화약 냄새와 수상함이 팍팍 흘러나오고 있다고!! 그리고 난 남자다!!"
"사소한 데 신경쓰지 마세요. 아까의 저는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제 3의 성 하치쿠지였다구요?"
"사소한게 아니라고!! 목숨이나 운명이 눈 앞에서 왔다갔다한단 말이다. 순수하게 권유하는 것도 흑막의 일부처럼 보이니까 하지 마!!"
"후우, 아쉽네요…. 그럼 이만 실례하겠어요."
"어라, 용무라도 있어?"
"네, 전 사후세계전선의 밴드 담당이거든요."
"그랬어?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드러러럼씨의 얼굴을 드럼스틱으로 두드려 드릴까요?"
"중간 글자만 늘린다고 해서 내 이름처럼 들리는건 아니거든?! 아니잠깐 가까이오지마아니죄송합니다하치쿠지니ㅁ"
(암전)
(침묵)
=
총 두 번에 걸친 전투때문에 지친 걸음을 옮기다보니 센죠가하라와 마주쳤다.
"어머나, 저기에서 비틀비틀 걸어오는건 혹시 폐인이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아라라기군이네."
"방금 나를 엄청 자연스럽게 폐인과 동의이음어 취급하지 않으셨습니다 센죠가하라씨…?"
만나자마자 독설. 하긴 이래야 센죠가하라답지. 별로 이 글을 쓰고있는 작자가 바케모노 이후의 이야기는 네타로도 들어보지 못해서 도로 모드의 센죠가하라를 상상하지 못하고있다는 빈곤한 이유에서 기반한 설정은 아니다. 진짜라고. …그보다 이 녀석, 이런 옷을 가지고 있었던가? 처음으로 보는 옷 같은데. 마치 다른 학교의 교복이라고 말해도 통할 것 같은 회색톤의 복장. 내가 그 옷을 오랫동안 쳐다보자, 당연하게도 센죠가하라의 질책이 이어졌다.
"어머 싫어라. 아라라기군은 혹시 나의 교복틱한 모습을 보고 욕정하고 있는거야?"
"누가 욕정했다는 거야!! 그저 처음 보는 옷이라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괜찮아 아라라기군. 필사적으로 숨기지 않아도 나는 이미 너의 시커먼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말야. 아마 지금의 너에게 마녀의 심볼을 가져다대면 심볼이 견디지 못할 정도의 시커먼 기운이 뿜어져 나오겠지…."
"마녀라는건… 너도 마요이 녀석과 한패냐?! 여기에서 관계가 좋지 않다고해서 저쪽에서까지 대립하는거야?!"
"대립이라니 실례야. 일방적인 사냥 관계일 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그거인 것 같은데다가 후자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할 일은 없다고 생각된다만.
"그나저나… 아라라기군?"
"…뭐야?"
"어린 아이라고는 해도… 대체 언제부터 하치쿠지를 그렇게나 친근하게 이름으로 부르게 된거야?"
위험하다. 척추를 통과할 사이도 없이 머릿 속에서 경보가 울렸다. 여기서 까딱 잘못했다간 칸바루때의 그 사건처럼 되버린다!! 게다가 센죠가하라의 한 손에 들려있는 마법소녀틱한 활과 화살도 결코 얌전하게 있지 않겠지. 실명이 차라리 안심되는 사태는 사양이다.
"아니, 이건 오해야 센죠가하라! 마, 하치쿠지는 아직 터무니없이 어리잖아? 그래서 내 여동생들이 생각나서…."
"미안하지만 아라라기군. 나의 센서는 아라라기군이 여동생들에게 욕정할 수 있다고 판단내리고 있어. 이 천하의 불한당같으니. 양쪽 눈으로 대신 사죄해줘. 목숨을 빼앗지 않는 이유는 그나마 살아서 죄를 속죄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니까 안심해도 좋아."
안심이라는 어휘는 그런 곳에 사용하는게 아니라고 태클을 걸어주고 싶지만 지금 그런 말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잠깐 기다려 센죠가하라!! 나는 내가 온 몸을 바쳐 사랑하는건 센죠가하라 뿐이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 것도 센죠가하라뿐이야. 말하자면 센죠가하라 LOVE에 히타기 LOVE!! 거기에 다른 사람이 파고들 틈 같은건 전혀 없다고!!"
원래대로라면 이 대사의 앞뒤로 좀 더 정신없는 장관설이 들어차야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걸 말한다는 건 악질적인 자살이나 다름없다. 나의 필사적인 변명 -이 아니라 진심이 통한 모양인지, 얼마간 뾰족한 화살촉으로 내 눈을 겨냥하고 있던 센죠가하라는 화살을 아래로 내렸다.
"그래…? 아라라기군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믿을게."
"고… 고마워."
농담이 아니라 진짜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그래도 이 자리에서 주저앉는 꼴을 보일 순 없기에 무릎에 손을 올린 자세로 몸을 지탱하고 있자니, 어쩐지 발치 근처에서 무언가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좀 더 내려서 확인해보니 거기에 있는 것은 얼굴에 뭐라뭐라 적힌 종이를 뒤집어쓰고 있는 조그마한 인간이었다. 아마도 괴이이거나 요괴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리고 이렇게 내게 매달리는 것을 보면 아마도 후자인 녀석들일 것이다. 어디보자, 그게 아마도 가방 안에 들어있었던가…?
"…어이, 거기 너. 무슨 일이야?"
<이름을, 돌려받으러, 왔습니다.>
"역시. …지금 돌려줄테니까 잠깐 기다려."
우인장은 가방 안에 제대로 들어있었다. 책을 펼치고 팔락팔락 책장을 넘기니 개 중 하나가 마치 좀 전에 풀을 먹인 것 마냥 빳빳하게 몸을 세웠다. 아마도 여기에 적혀있는 것이 이 요괴의 이름이겠지. 나는 매번 그러게 했던 대로 그 종이를 찢어 입에 문 다음 한숨을 쉬었다. 입에서 빠져나가는 공기는 머금은 종이를 통과하면서 군데군데 먹물진 바람이 되더니 요괴에게 빨려들어가듯이 사라졌다. [하즈우]라는 이름을 돌려받은 요괴도 직후에 인사를 하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스르르 자취를 감췄다. …덕분에 조금 어지러워졌는걸. 빨리 돌아가서 쉬고싶다.
"…아라라기군은 누가 되든지 간에 오지랖이 넓구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래서 그런 오지랖 넓은 아라라기군에게 할 말이 있는데."
"…할 말?"
내가 되묻자 센죠가하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에 오시지 않겠습니까…?"
"………."
"아니, 우리 집에 와주…세요. 와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오셔서…. 아니, 집으로… 갑시다…."
"…………."
"집에… 와줘. 그래, 우리 집에 와. 아라라기군."
이미 몇 번이고 간 적이 있는데 어째서 저렇게나 말을 고르지 않으면 안되는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기에서 내가 할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알았어, 센죠가하라."
"고마워, 아라라기군. 아라라기군 네의 뚱보 고양이와 우리 집의 초록 개구리가 시끄럽게 의기투합하고 있어서 그 녀석들을 처리할 겸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거든."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그거였습니까…."
그 골칫덩이 더부살이들 같으니.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먼저 걸어가고 있는 센죠가하라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주인,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면 주인의 그림자에서 생긴 폐쇄공간에 나와 주인 두 사람만 처넣어버리겠다."
"그건 이미 모순이지 않습니까 시노부씨!?!"
"참, 그리고 오시노 메메말인데. 사실 그녀석은 단순한 약장수다."
"어쩐지 수상한데다 괴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더 싶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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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작품 : 괭이갈매기 울적에/듀라라라/흑의 계약자(2기)/건슬링거 걸/광란가족일기/소울이터/흑집사/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원피스/엔젤 비트!/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나츠메 우인장/개구리중사 케로로/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모노노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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