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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세포신곡

트위터 조각글 모음 08

!!세포신곡 본편델씨은자막간까지의 스포일러!! (비공컾 레이하루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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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햇빛이 따가워. 아토 하루키가 그렇게 말한 곳은 점심 무렵의 운동자 벤치 위였고 거대한 그늘막이 져 있는 곳이었다. 명백히 지금 이 상황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다. 대신 오토와 루이는 조금 발간 기미가 남아있는 아토 하루키의 왼쪽 아래 팔을 천천히 훑는다. 익었다, 는 식으로 표현하면 호들갑이겠지만 그렇다고 정상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마음이 껄끄러운 빛깔이었다. 손을 뻗어 그 살갗을 어루만지면 하루키가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떤다. 언제나 희미한 냉기를 안고 있는 피부가 그 부분만은 미지근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오토와는 간단한 추리를 해본다.

 

"창가 자리로 자리를 옮겼나?"

"눈치 빠르네… 응, 오늘 아침에 제비뽑기로. 근데 내 뒷자리 아이가 눈이 안 좋다고 해서 자리를 바꿨어."

 

문제는, 뒷자리 아이의 자리는 창문 바로 옆이었다는 것에 있다. 서서히 만물이 달궈지기 시작하는 초여름. 선생들은 아이들이 어둠 속에 몸을 파묻고 있는 것을 싫어해 커튼을 열 것을 지시했고 투명한 창문을 통과한 햇살은 아슬아슬하게 아토 하루키의 옆자리를 침범했다. 그럼 그냥 커튼을 내려서 햇빛을 차단하면 될 문제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이 시기에는 에어컨이 켜지지 않아 반이면 반마다 창문을 최대로 열고 선풍기를 돌려 수업하고 있다. 커튼으로 가리려고 해고 바람이 불어와 천이 부풀면 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건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그건 고난이군."

"완전히 고난이야."

"같은 반이라면 자리를 바꿔줬을텐데."

"루이는 내 뒷뒷반이잖아. 절대 무리."

"그래도 방법은 있겠지."

"있을까?"

 

시시한 잡담을 나누며 도시락을 먹는다. 날이 조금 더워서 아토 하루키는 제 옆에 놓아둔 이온 음료를 마셨다. 미미한 단맛 같은 것이 혀를 타고 식도로 넘어간다. 땀을 많이 흘린 만큼 이걸로 보충이 되려나. 그런 상상을 하고 있노라면 루이가 말을 이었다.

 

"창문에 자외선 차단 필름을 붙이는 건 어때."

"너무 눈에 띄잖아. 지금이 아예 여름이라면 커튼을 계속 치고 지낼 수 있을 텐데."

"그때는 학교에서도 에어컨을 틀어주니까 말이야."

 

말하자면, 운이 안 좋은 타이밍에 걸려들었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다음 달에 또 자리 바꿀 테니까 괜찮지만."

"자외선 차단 토시라도 하나 사줄까?"

"눈에 띄잖아. 됐어."

 

너무 불평만 늘어놓는 것 같아, 살짝 덧붙인다.

 

"그리고 꼭 전부 나쁘지만은 않아."

"어디가?"

"가끔 햇빛을 타고, 멀리 바람을 타고 바깥 소리나... 나무의 냄새 같은게 전해지니까."

"......"

"그래서 그건 좋아. 여름은 식물들이 푸르러지는 시기니까."

"열기가 강하면 제일 먼저 지치면서 말은 잘하는군."

"찬물 끼얹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교실로 돌아간다.

하루키는 제 자리가 교실을 떠날 때보다 오른편으로 더 밀려있음을 알아차렸다.

마침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이가 아는 척을 했다.

 

"여, 아토. 우리 분단 왼편에 있던 애들이 전부 햇살 때문에 불평을 해서 1분단 전원 자리를 좀 당겼어."

"정말? 다들 신경쓰였나 보네."

"넌 신경 안 쓰였냐? 그런 것 치고는 꽤 직빵으로 받던데."

"아하하."

 

웃음으로 얼버무리면 아이는 어깨를 으쓱이곤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하루키는 조정된 자리에 앉아, 슬쩍 창가를 바라보았다.

 

묶인 커튼이 펄럭인다. 바람이 새어 들어온다.

진한 햇살은 창틀을 타고 들어와 마룻바닥에 긴 옷자락을 드리웠다.

닿지 않는 빛.

 

하루키는 그걸 조금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다, 선생님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02

우츠기 노리유키가 무릎을 꿇고 있다. 늘 단정하게 입고 있던 옷이 엉망진창으로 구겨졌다. 하츠토리 하지메는 긴 분홍빛 머리카락을 허공에 꽃처럼 흩뜨린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우츠기의 입에서 빗줄기처럼 고백이 떨어졌다.

 

「그날, 비행기가 떨어진 이후로 약 1년이 지나고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던 그날 진짜 우츠기 노리유키는 조부의 서재에서 어떤 연금술 비법을 발견했습니다. 그건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거기에 자신의 모든 기억을 쑤셔 넣는 기술이었습니다.」

 

「진짜 우츠기 노리유키는 그 기술을 통해 저를 완성하고는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이제부터는 당신이 우츠기 노리유키입니다. 하츠토리 하지메의 하나뿐인 닻입니다. 그 사실만을 되새기며 살아가세요. 그렇게 말했을 뿐입니다.」

 

「저는 우츠기 노리유키의 모든 것을 이어받았습니다. 이제까지의 기억도,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호스트로서의 기술도, 세상 무엇보다 당신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도. 하지만, 아아 하지만, 그것들은 결국 저의 것이 아닙니다! 저는 우츠기 노리유키와는 다른 별개의 존재입니다. 그런 저를 당신이 이토록 친근하게 대해주시는 것은 정말로 견딜 수 없습니다!」

 

울부짖음과 같은 고백.

하츠토리는 조용히, 입술을 연다.

 

"그러니. 괜찮단다."

 

하지메?

 

"너는 우츠기 노리유키. 그걸로 충분하지 않니."

 

하지만 당신이 알던 그 사람은 떠나버렸습니다. 떠나버린 겁니다.

나는 가짜입니다!

 

"진짜인가, 가짜인가가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지금 너는 내 곁에 있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

 

"울지 말렴. 나는 괜찮으니까."

 

찾지 않는 건가요.

 

"누구를?"

 

우츠기 노리유키를.

 

"너는 여기 있지 않니."

 

나는.

 

진흙으로 빚어진 것은 제 앞에선 자를 바라본다. 인자하고 부드러운 얼굴을 본다. 그 뒤편에 조용히 자리 잡은 박애를 본다. 너무나 공평하게 부감되어 버린 평행선을 바라본다. 언젠가의 우츠기 노리유키도 그것을 보았을까. 그것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와 같은 모든 것을 주입받은 자신과 똑같은 것을 생각했을까. 느꼈을까. 절감했을까.

 

이토록.

이토록.

 

"자, 일어나렴. 노리유키."

 

하츠토리 하지메는 손을 내밀지 않는다.

진흙인형은 눈조차 깜박이지 못했다.

 

#03

"아빠! 이거 봐요! 포도를 잔뜩 주웠어요!"

 

멀리서 하루키가 그렇게 외치며 달려온다. 그렇게 뛰어오면 넘어지잖니.

가까이 다가가서 들고 있는 양동이를 잡아주면 의외로 묵직하기 짝이 없다.

 

"이거 꽤 무거운데, 안에 뭐가 들었니?"

 

…….

 

"하루키?"

 

…………….

 

"이… 양동이 안에……."

"포도가 들어있어요."

 

………………………………………….

 

"포도가 들어있는 게 당연하잖아요."

 

양동이는 무겁고, 열매가 조금 짓이겨졌는지 포도 향이 진득하고, 양동이 틈새로 포도즙이 하나 줄 흘러내리고.

 

"열어볼래요?"

 

싫어, 보고 싶지 않아. 그 마음을 무시하듯이 하루키가 양동이를 받아들고 천천히 뚜껑을 연다.

상큼한 포도 향이 코끝으로 훅 끼쳐온다. 안쪽의 풍경이 비쳐들기 시작한다.

 

……금빛 머리카락.

 

"괜찮아요, 아빠."

 

…………….

 

"이걸 먹으면, 전부 하나가 될 수 있어요!"

 

하루키가 맑고 환하게 웃는다.

이소이 사네미츠는 그걸 바라보다가

 

*

 

꿈이 끝났다.

 

#04 가명조 (약고어)

https://fusetter.com/tw/zmogmKJz

 

#05 문체_특징_압수 

(맞춤법 압수당함)

 

오느른 언마압바란 가치 노랏습미다

그지만 언마는 먼저 잔드러 버렷슴니다

압바랑 같치 언나하테 자잔가 불러줘서요

나는 엄나아바가 졔일 조아요

그른데 돈샌 잇으면 더 조아요

돈생 잇으면 가치 노라주거에요

글리고 꼭 아나줄거에오

그러며ㄴ 언청 기브니까요

언마압바돈생이란 가치 께속 웃고시퍼요

(서투른 가족 그림이 그려져 있다.)

 

#06 세포신곡 50제 중 35. 비젼

아토 하루키는 문득 생각한다 그 연구소에서 보았던 것들 색색의 그림자들에 대해서 그것은 정말 그들의 마음이었을까 어쩌면 나 자신의 편의를 위해 왜곡된 속삭임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어느 쪽이 타당한 해석이건 그날의 목소리는 점차 희미해졌고 어느 날에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07 레이하루(외부링크)

https://fusetter.com/tw/XnA2bgge

 

#08 첫번째로_멘션온_캐릭터가_두번째로_멘션온_캐릭터의_상황에서_세번째로_멘션온_캐릭터의_대사를_한다 

 

!!살인과 시체에 대한 묘사 주의!!

https://fusetter.com/tw/0tnydf4Q 

 

#09

애니는 아토 하루키를 부를 때 세오도아의 이름을 잘못 부르곤 한다. 체격도 키도 다른데도 이름이 엇갈리는 이유는, 아마도 둘이 두른 분위기나 눈빛이 서서히 닮아가는 것과 연관되어 있겠지. 아토 하루키. 다시 이름을 부르면 그가 돌아본다. 너는 인간이냐? 애니는 그렇게 물으려다, 그만두었다. 

 

#10

세오도아는 XXXX의 장례식 이후 그냥 모든 것을 그만두어 보았다. 그러자 하늘은 관뚜껑이 되었고 우주는 두터운 흙더미가 되었다. 어디로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끔찍한 패닉이 찾아온다. 세오도아는 헐떡대며 식칼을 잡고 식재료를 썬 뒤 강박적으로 씹었다. 막대한 공포의 일부가 잘게 잘려나갔다.

 

#11 스튜 & 파스타 온 플레이트 (LDL+하루키)

 

"요리는 저도 도울게요."

 

한 가지 변명을 하자면, LDL은 인력이 부족하다 하여 손님이라도 거침없이 주방으로 차출하는 억척스러운 조직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구성원인 이소이 사네미츠의 친아들이자 이소이 레이지의 의형이란 포지션인 아토 하루키는 제 입장을 무기 삼아 거들먹거리는 재수 없는 타입도 아니었고 자신의 위치에 익숙하지 못해 압사당할 정도로 섬약한 성격도 아니었다. 좀 더 단적으로 말한다면 산뜻했다. 

 

그런 인간은 상대가 매몰차게 대해도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하고, 상대가 살갑게 대해도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한다. 요리를 돕겠다는 말도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는 선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로 나온 제안일 것이다. 애니는 그런 방식을 크게 저어하지 않았다. 츠바이크는 아무렴 어떻냐는 입장이었고 (애초에 긴급미션 때문에 그는 이 자리에 없다) 마지막으로 세오도아 리들은.

 

"그럼 봉골레 파스타를 부탁할게!"

 

아예 거리낌이 없었다.

 

아토 하루키는 어? 정말? 하고 멈칫하는 기색도 없이 앞치마의 위치를 묻는다. 세오도아와 나란히 (엄밀히 말하자면 세오도아 쪽의 머리가 더 낮지만.) 진남색의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퍽 그럴 듯했다. 일본에서도 파스타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식품이라고 하니 레시피에서 헤맬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여차하면 옆에서 도와줄 생각으로 하루키의 재료 손질 과정을 지켜보던 애니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조개. 양파. 편마늘. 페페론치노. 올리브유. 물이 끓는 냄비.

 

"애니 씨?"

"음?"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나요?"

"반대야. 아주 능숙한데?"

"이래 보여도 자취 중이니까요."

 

가벼운 농담이 오가며 음식들이 익어간다. 물 끓는 소리와 재료 볶아지는 소리가 잦아들고 시곗바늘이 둔각을 이루었을 무렵, 세오도아가 나무 스푼으로 스튜 냄비를 가볍게 두드렸다.

 

"완성! 축하의 주연들은 언제 온대?"

"지금 츠바이크가 픽업해서 데리고 오는 중. 금방 올 거야."

 

잠시 후 조금 피곤한 얼굴의 츠바이크를 필두로 사네미츠와 레이지가 돌아왔다. 미리 사람 수대로 식기를 세팅하던 하루키가 그 모습을 보고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와 레이지.) 물론 사네미츠에게는 국물도 없다. (왔으면 손부터 씻으세요.) 한 줄의 대사에 아버지는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친아들은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다음 말을 이었다.

 

"신간 사인 작업이었다면서요?? 작가에게는 꽤 명예스러운 일이겠네요."

"기껏해야 칼럼만 쓰는 작가인데 사인본이 얼마나 수요가 있겠어…. 마케팅 부서의 오판이라니까?"

"아무렴 당신보다야 착실한 분들이겠죠. 됐으니까 와서 식사나 하세요. 나도 도왔으니까."

 

엑? 엑? 시동 오류가 걸린 사네미츠를 레이지가 식탁으로 인도한다. 세 사람이 짧은 콩트를 찍는 동안 애니와 세오도아, 츠바이크가 재빨리 음식을 옮긴 덕에 식탁은 이미 산해진미 상태였다. 미트 스튜에 봉골레 파스타, 상큼한 레몬소스 샐러드. 든든하게 구워진 바게트에 정성 들여 요리한 오븐 닭구이까지.

 

"형이 도운 음식은 뭔가요?"

"봉골레 파스타. 네가 좋아하는 거니까 신경 썼어."

"기대되네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식사가 시작된다. 소소한 잡담과 웃음, 장난 섞인 면박 등이 오가는 자리였다. 꽤 많아 보이던 음식들은 시간을 아군 삼은 이들의 맹렬한 공격 앞에 뼈와 조개껍데기, 샐러드 잎새 조각만을 남기고 철저하게 함락됐다. 마지막으로 물컵을 비운 모두가 포만감에 찬 숨을 내쉬었을 무렵, 이소이 레이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치우는 건 제가 하겠슴다. 먹기만 하면 죄송하니까요."

"그럼 설거지는 아버지 담당이네. 혼자만 하면 힘들 테니까 나도 도울게."

"하루키…!"

"말해두는데, 레이지를 고생시킬 수 없으니까 도와주는 거에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세 부자는 그릇들을 옮긴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애니는 세오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봐, 세오도아."

"응?"

"너, 아토 하루키랑 친한 편이냐?"

"그야… 보시다시피?"

"……."

"문제라도 있어?"

"아무것도 아니다."

 

잠깐 밖에서 담배 태우고 온다. 애니는 그렇게 말하곤 겉옷을 챙겨입었다.

 

*

 

이소이 레이지는 예상보다 빠르게 애니의 뒤를 따라왔다.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까딱거리고 있던 애니는 그 모습을 보고 픽 웃었다. 

 

"감은 예리하다 이거냐?"

"스승님도 느끼셨나요."

 

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있는 골목 안쪽은 주변 건물의 부엌 배관이나 에어컨 실외기 등이 모여있어 온갖 종류의 기체가 몰려들어 뒤섞이는 공간이다. 거기에 숨결이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거리에 선 채, 스승과 제자는 대화를 이었다.

 

"아토 하루키의 요리, 리더가 만든 거랑 비슷하다는 수준을 넘었어."

"네. 예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이번에는 거의 구분도 안 갈 정도였어요."

"요리에는 사람의 개성이나 입맛이 자연스레 반영되기 마련인데 말이지."

 

그 시점에서, 애니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음식의 맛이 닮았다는 건, 취향이 닮았다는 말이야."

"네."

"취향이 닮았다는 건, 인격이 닮았다는 말이기도 하지."

"네."

"인격이 닮았다면."

 

뒷말은 이어지지 않는다. 레이지는 형이 아버지와 설거지를 하고 있을 방향을 올려다보았다.

어디선가 통풍기가 돌아가는 건조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건 마치 쌍둥이 같네요."

"레이지, 그 녀석은 네 의형이다."

"알고 있어요."

 

다만, 다만.

불가해의 영역은 어떻게든 존재하기 마련인 것이다.

 

"둘이 알고 보니 레시피를 공유하는 요리 친구라고 하면, 꽤 웃긴 얘기가 될 텐데."

"전 온종일 웃을지도 몰라요."

"얼굴 근육도 죽은 놈이."

 

짧은 웃음소리.

 

"어쩌면 그리 심각한 사안은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모든 요소는…."

"항상 고려되어야 한다. 면밀히 지켜보고 있을게요."

"그래."

 

애니가 웃으며 레이지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것조차 두 사람을 잇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었음을 알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