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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세포신곡

[논커플링]우리들은 이렇게 삶을 실패하고

-가명조(아토 하루키+카노 아오구) IF.

-E루트 기반 날조 및 해당 루트 스포일러

-상해/신체 상실/너무한 전개+우울한 엔딩 주의

-트친 이비님(@ M4NG_10V3)과의 썰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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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은 죽었다.

야나기 씨는 죽어버렸다.

쿠라치 씨도 죽었다.

리쿠 씨, 리쿠 씨도 휙 하고.

죽는다. 죽었다. 죽어버렸다. 죽음의 소리가 뒷덜미에 바짝 붙어서 따라온다. 아토 하루키는 비명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면서 소화전을 걷어차고 1층 로비의 화장실로 도망쳐 들어온 참이었다. 발끝이 묵직하게 아리다. 숨결이 거칠다. 시선이 화장실 타일 끝을 맴돌아서, 그 앞에 있는 이상異常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카노 아오구가 서 있었다.

"카, 노 씨."

공포에 절어버린 머리는 느리게 회전한다. 따라서 카노 아오구가 왜, 어떻게, 어째서 여기에 있는가는 우선 판단순위에서 제외되었다. 아토 하루키의 뇌가 주어지는 것을 단순하게 인식했다. 카노 아오구가 있다. 카노 아오구가 살아있다. 이 죽음의 늪에서, 카노 아오구가 살아서 눈앞에 있다!

"카노 씨, 카노 씨…."

뺨이 축축한 것이 재회의 기쁨인지 아니면 격렬한 운동에 의한 육체적 반응으로 흐른 눈물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아토 하루키는 피를 밟아서 미끈거리는 구두로 희미한 붉은 발자국을 남기며 하얀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남자는 피와 검은 얼룩투성이인데도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는 시트러스 향에 코가 마비된 탓인지 제대로 된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혹은, 그건 별로 중요한 자극이 아니기에 차단되었거나.

"무사, 무사했나요."

혀는 잘 움직이지 않는다. 뇌가 삐걱대는 탓이다. 애초에 복잡한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창백한 그림자는 얼굴을 숙이고 있어서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도 나름의 고난과 시련을 겪었을 것이고, 살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두 사람은 동료였다. 무엇과도 다르지 않은 동료였다. 아토 하루키는 힘없이 늘어진 그의 손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 손이 마주 잡혔다.

서서히, 서서히 힘이 강해진다.

마치 올가미 같다고 본능적으로 깨달았으면서도 하루키는 카노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올가미라니, 그런 비유가 대체 어디 있냐는 판단이 본능을 억지로 눌러버린 탓이다. 그래, 카노 씨도 재회가 기쁜 거야.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감정이 절제되지 않을 뿐이고… 다소 낙관주의적인 생각에 손톱무늬가 찍힌다. 피가 배어 나온다.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살이 찢어지는 감각이 뒤를 따랐다. 하루키는 비명을 지르려 입을 벌렸다가, 그제야 카노 아오구의 눈을 마주했다. 목구멍을 빠져나오려던 비명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토 하루키."

핏발 선 푸른 눈동자.

"아토, 하루키."

서늘한 목소리. 피부를 긁어내리는 날카로운 손톱.

 

"너는, 실패, 했어."

목소리는 마치 선고를 내리는 재판장과도 같다. 아토 하루키는 가까스로 눈꺼풀을 깜박이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그건 팔이 비틀린 어린아이의 호소와 비슷했다.

"무슨, 무슨 소리예요…."

"실패했어, 너는 실패했어, 전부, 전부."

"난… 난 실패하지 않았어. 아직 안 죽었어, 아직 살아있어. 카노 씨도…!"

"나도 실패했어."

크게 뜨여진 눈동자. 남자의 입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검은 액체는 산화된 피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다. 아토 하루키는 뒤늦게 카노의 손을 뿌리 치려고 했지만 이미 얽힐 대로 얽힌 손을 풀어낼 방법은 없었다. 그게 아무런 방법도 없이 막무가내로 완력을 동원할 뿐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사이좋게 잡은 것처럼 보이는 팔이 허공에서 덜렁인다.

"실패… 하하, 그래, 우리는 실패한 거야. 그런데 너 혼자… 살아나간다니… 이상하네?"

팔이 당겨지는 감각이 있다. 아토 하루키는 이번에야말로 본능적인 위험을 무시하지 않았다. 구두로 바닥을 짓이기듯이 버티고 서서, 자신을 끌어당기는 힘에 반항한다. 하지만 상대방은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맞잡은 손을 끌어올리고 천천히 입을 벌려서.

인간의 팔뚝 안쪽 살에는 비늘도 털도 껍질도 없다. 따라서 같은 인간의 치아는 간단하게 살을 파고들었다. 익숙해지는 게 소름 끼칠 정도로 혐오스러운 감각이 이어진다. 무언가가… 무언가가 그 틈새로 마치 번지는 잉크처럼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싫어, 싫어, 이거 놔. 나한테 옮기지 마…! 어린아이처럼 비명을 지르며 몸싸움을 벌이던 아토 하루키는 무의식적으로 능력을 사용해 상대방을 있는 힘껏 뒤로 날려 보냈다. 콰직. 문이 부서지며 뒤편에 있던 베이비 여럿의 시선이 카노를 향한다.

"어."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러나 하얀 가운은 이미 갈가리 찢겨나가고 말았다.

붉은 핏빛이 진득하게 번졌다.

"아아, 또 죽여버렸데~요."

웃음소리가 들린 기분이 들었다.

*

그로부터, 반년이 지났다.

계절은 가을이 되었고, 경찰의 사정 청취도 안정되었다.

오토와 탐정 사무소는 겨우 사건 이전과 같은 영업이 가능하게 되었고, 도쿄 본사도 나고야 영업소도 어떻게든 잘 되고 있다. 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시나노의 책상 위에 지금도 꽃이 놓여있는 것. 그리고 하루키의 책상이 오늘도 조용히 주인이 돌아오는 걸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아토 하루키는 본래의 자아를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자신의 이름, 나이, 직업. 이제껏 쌓아온 모든 추억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오토와 탐정 사무소의 영업소장인 오토와 루이나 같은 지고천 연구소 사건의 생존자 아이바 이부키가 그를 돕기 위해 여러모로 힘썼지만 모두 허사였다. 하루키는 하얀 병실의 침대 위에 앉아,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가 그걸 주의 깊게 들어보면 대체로 이런 내용임을 알 수 있었다.

이거 봐, 실패하지 않았어.

실패하지 않았다고요, 카노 씨.

'카노 씨'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그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아토 하루키는 끊임없이 끊임없이 그렇게 말하며, 의미불명의 괴사가 일어나는 바람에 절단할 수밖에 없었던 왼팔의 빈자리를 쓰다듬는다. 이따금 참을 수 없는 환상통에 울고 흐느끼고 누군가에게 호소하면서.

무언가가 막을 내릴 때까지 그렇게.

*

도달점 F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