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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세포신곡

[논커플링]물 속의 기도는 물거품에 담겨

-SS+ 및 DLC 내용 스포일러 있음.

-아동의 자책 묘사가 있습니다. 읽으실 때 참고 부탁드립니다.


 

인어 공주 이야기를 알고있다. 노아 짱이 자기가 싫어하는 동화라고 얘기해주었으니까. 인간 세상을 동경하고 인간 왕자를 사랑하여 물 밖으로 올라왔으나 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사라져 버린 인어공주. 노아 짱은 왕자님과 공주님이 서로 사랑하여 결혼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 결말이 정말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안데르센은 세상에서 제일 가는 바보멍청이라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있는데 어째서 사라져야 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걸 왜 축복해줘야 하는데? 왕자님은 왜 진짜 생명의 은인을 알아보지 못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야!"

"그럼 노아 짱, 어떤 결말이 좋아?"

"그거야 당연히 왕자님이 인어 공주와 결혼하고, 인어 공주님은 진짜 인간 공주님이 되는 엔딩이지! 바보같은 이웃나라 공주님은 어디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라고 해!"

"으응, 그러게. 나도 그 편이 좋아."

"그치? 하루키 군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아, 그렇지만 노아 짱. 지금이라면 생각해. 안데르센은 알고 있었던 거야. 세상의 모두가 자신과 짝이 딱 맞아떨어지는 왕자님이나 공주님을 만날 수는 없다는걸. 딱히 결혼에서만 그런게 아니라 세상 일이란게 대부분 그런 게 아닐까. 세상의 짝을 맞춰나가다보면 남아버리는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생기고, 그건 신조차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분명 그랬던거야.

 

엄마는 아빠와 짝이었어.

레이지 군은 아빠와 짝이었어.

나는 누구와 짝이었을까.

 

아마 그게 내게 주어진 운명이겠지. 미안해, 노아 짱. 어쩌면 그 날 그 때 나는 너에게 순순히 죽었어야 했나봐. 죽어서 노아 짱의 소중한 빛을 돌려주는 것이 내 역할이었나봐.  인어공주가 물거품으로 돌아가 왕자님과 공주님에게 축복을 남기듯이 그렇게 사라졌어야 했는데. 그랬더라면 엄마도 아빠도 조금쯤은 나를 자랑스럽게 여겨주었을지도 모르는데.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겨주었을지 모르는데.

 

물 속은 차갑고 숨쉬기가 어려워. 그렇지만 왠지 편해. 어렸을 때 아빠랑 같이 장난치고 놀다가 이불 속에서 같이 잠들 때랑 비슷한 기분이야. 분명 이제 두 번 다시 눈 뜰 일이 없겠지만.

 

노아 짱. 아마, 오래오래 시간이 지나면 나를 기억해줄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해. 엄마도 아빠도 레이 군도 나에 대한 건 잊어버릴거야. 우츠기 님도 하지메 님도 노아 짱도, 아마 나를 잊어버리는 편이 더 편할거라고 생각해. 이소이 하루키라는 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에게 도움 하나 되지 못하고 언제나 민폐만 끼쳤는걸. 그렇게 나는 물거품이 되는 거야. 축복을 남기고 사라지는 물거품.

 

하지만, 역시, 그렇네. 

기왕이면 나도 모두와 같이 웃고 싶었어.

 

……….

인생이란 어려운거네.

부디, 노아 짱은 웃을 수 있기를 바랄게.

잘 있어.

 


- 제시 문장 : [그렇게 나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By 리트모님

(*약간 어미를 변화했습니다. 문장 제공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