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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세포신곡

[논커플링]시나노 에이지의 목격담

-A엔딩 후일담(해당 엔딩 스포일러 있음). 참고 부탁드립니다.


 

그날은 비가 내렸습니다. 간만에 만나서 술을 마시고 얘기를 나눴던 저와 하루키 선배는 역까지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탔어요. 시간이 많이 늦어서 버스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흐르는 비가 연신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피곤하셨던 모양인지 선배는 자리에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꾸벅꾸벅 조시기 시작했습니다. 다 도착하면 깨워드려야지.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창문을 보았습니다.

선배의 모습이 비쳐 보여야할 자리에, 긴 연보라색 머리카락에 온화해보이는 표정을 가진 사람이 앉아있었습니다. 그것이 하츠토리 하지메라는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어요. 이미 한 번 만나본데다가, 어지간해서는 잊어버릴 수 없는 대화를 나누었으니까요. 슬쩍 돌아본 기사님 근처에는 FM 라디오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왜 여기 계신거에요?"

빗물이 계속 창을 타고 흐릅니다.

"돌아가주세요."

앉아있던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그건 제가 하츠토리 하지메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라는걸. 어라, 하지만, 그럼, 『이건』 뭐지? 『이건』 왜 하루키 선배의 자리에 있지? 손잡이를 잡고 서있는 손이 갑자기 떨렸습니다. 바깥은 무섭도록 어두웠고 한 치의 빛도 보이지 않았고

『시나노』

저는 왠지 그것이 입술만 움직여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괜찮아』

....................
........................
.............................아아, 뭐야. 그런거구나.


그제사 유리창 속 사람의 모습이 똑바로 보였습니다.
그건 아무 문제 없는, 하루키 선배의 모습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