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 이지오의 목소리는 꽤나 옅었기 때문에 무정은 그가 죽어가고 있거나 아니면 그와 비슷한 상황일거라고 짐작하고 위치를 물었다. 하지만 몇 번의 질문이 오간 바에 의하면 그는 사지 멀쩡히 자신의 방에 있었다. 그 사실을 안 무정이 거친 말을 내뱉자 수화기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뭐가 그리 즐겁지?"
"무정씨가 제 전화를 받고 이야기해주고 있어서요"
"...끊는다."
핸드폰을 귀에서 떨어뜨린 순간 갈고리처럼 뭔가를 잡아채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용은 잘 들리지 않는다. 무정은 잠시 멈칫, 했다가도 결국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이후 그녀는 자기에게 온 사건 파일을 읽거나 스폰서가 보내온 메일을 확인하며 담배를 피웠다. 거진 아침이 밝았을 무렵 다시 손에 든 핸드폰은 여전히 통화중이었다. 무정은 머금고 있던 담배연기를 마저 훅 토해내고, 손에 쥔 담배를 아예 재떨이에 구겨버린 다음 깨어있을 상대방을 향해 중얼거렸다.
"뭐하는 거냐."
"무정씨가 안 끊으셨잖아요."
멍청이가.
무정은 이번에야말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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