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듀라라라!!

[세르미카쿠즈]RUN DRIVE!!

Mikyel 2017. 12. 20. 10:52

-쿠즈하라 = 세르티를 경악시킨 교통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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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티는 일을 끝내면 기본적으로 한가하다. 그날도 일을 끝내고 세이구치 공원에서 남은 시간을 보낼 요량이었던 그녀는 분수대 근처에 멍하니 앉아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소년의 이름은 류가미네 미카도. 이전 그녀의 목과 관련된 소동에서 신세를 졌던 소년으로 그날 이후 제법 친분이 쌓여 만나면 인사나 얘기 정도는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언제나 친구인 소년소녀와 함께 돌아다니는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홀로 자리에 앉아있다. 그러고보니 전에도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지않았던가?

[왜 그러고 있어?]
"아... 세르티씨."

눈 앞으로 PDA를 들이밀자 그제서야 미카도가 자신을 눈치챘다. 또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건가? 세르티가 그렇게 묻자 미카도가 언뜻 고개를 젓다가 마른 웃음을 터뜨렸다.

"실은 오늘 시험결과가 나와서… 낙담하고있었어요."
[너무 연연해하지 마.]
"네… 그래도 조금 갑갑하달까…."

미카도는 분수대 근처의 벤치에 앉은 채 다리를 까닥였다.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있다.
이거, 제법 보기 싫은 모습이구나. 세르티는 문득 생각했다.

[미카도]
"네?"
[드라이브라도 시켜줄까?]
"…에?"

미카도의 눈동자가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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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도는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거리나 건물 안쪽에서 불어오는 그런 수준의 바람이 아니다. 피부를 마구 때리고 스쳐지나가는 거칠고 강한 바람이다. 만약에 맨몸으로 맞섰더라면 지금쯤 머리가 아주 보기 흉한 꼴이 되어버렸겠지만 다행히 미카도의 머리에는 제대로 된 헬멧이 쓰여있었다. 세르티의 머리에 씌워진 고양이 형과는 다른, 검은 그림자가 맺혀서 만들어진 매끈한 헬멧이다. 평소였다면 이 비일상적인 아이템에 눈을 빛냈을 미카도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여의치가 않았다. 여의치 않을 뿐만 아니라, 미카도는 지금 자신의 바로 앞에서 바이크를 몰고있는 세르티에게 꼭 매달리는 것만으로 한계였다.

세르티가 드라이브를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꺼낸 직후, 미카도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도 마구 달리고 싶다는 욕망을 오락실 바이크 게임으로 충당하려다 시작 3미터만에 실패해버렸다. 그걸 대신하려는 일종의 보상 심리가 섞여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역시 실제와 게임은 박력이 다르다. 드라이브가 시작된 20분간, 미카도는 벌벌 떨며 세르티의 허리만을 꽉 붙잡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을 세르티가 뒤늦게 눈치챈 것인지, 미카도의 허리춤에 단단하 천 같은 것이 감겨들어 판판하게 묶였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몸에 안정감이 추가된 것을 눈치챈 미카도가 언뜻언뜻 아래를 바라보자 마치 밧줄처럼 자신의 몸을 감고 있는 그림자가 보였다.

…아무래도, 자신을 배려해 준 것 같다.

슬쩍 얼굴을 붉히고, 미카도는 세르티의 그림자에 의지해 팔에서 살짝 힘을 빼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일반 보도에서는 볼 수 없는 하늘이 석양과 뒤섞이며 빠르게 사라져간다.

"후와아…."

일순 자신의 처지를 잊고 감탄사를 토해낸다. 그러고있자니 아까 전에는 피부를 때리는 것 같던 바람도 거짓말처럼 얌전해져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것 또한 일상을 뛰어넘는 비일상이겠지. 고가도로 사이로 눈에 익은 건물이 고개를 내밀었다가 사라져가고, 저 멀리 자신이 다니는 학교도 보인다. 미카도는 시험으로 인한 우울증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굉장하다…."

미카도의 말에 호응해주듯 세르티가 조금 더 속도를 높인다. 마치 말의 울음소리같은 엔진음이 도로위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도 울려퍼졌…


"…에?"

어째서인지 이쪽으로 다가오는 듯한 사이렌 소리에 고개를 꺽어 뒤를 돌아본 미카도는 당황했다.
세르티 스툴루손은 그녀로서는 보기 드물게 분노 섞인 짜증을 느꼈다.

 

=

 

쿠즈하라 신노스케는 이케부쿠로의 교통경찰관이다. 그 하나만이 아니라, 쿠즈하라라는 이름을 가진 그의 가족 전체가 이케부쿠로의 교통관으로 활동하고있다. 교통경찰관이라는 신분에 맞게, 그의 업무는 그쪽 방면에 치중되어있다. 과속차량을 단속하거나, 음주운전자를 정도에 따라 면허정지 시키거나, 신호등 대신 수신호로 차들을 통과시키는 등ㅡ.


그러나 그런 업무중에서도 이색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역시 검은 바이크와 관련된 일이다.

항간에서는 목없는 라이더라고 불리우는 검은 바이크지만, 쿠즈하라에게 있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사항이었다. 괴물이든 뭐든지간에 규정속도는 지켜야 하고, 고가도로 아래에서 높이를 잘 지켜야한다. 괴물이라고 해서, 인외라고해서, 이매망량이라고해서 그런 규칙을 무시할 이유따윈 없다. 그렇기에 그는 일전에도 검은 바이크에게 "우리를 얕보지마라, 괴물"이라는 대사를 내뱉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제법 얌전해 보였다.
하지만 역시 제 버릇은 남에게 넘기지 못하는 법이다.

쿠즈하라는 고가도로 진입하는 검은 바이크 뒤에 올라타있는 소년을 발견하자마자 곧장 바이크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교복을 보아하니 이 근처의 라이라 학원 학생이다. 언젠가, 수상한 사람에게 스토킹 당하고 있다고 해서 집까지 데려다 주었던 소년도 저 학교의 학생이었지. 공연한 일을 생각하는 것을 잠시 접어두고 쿠즈하라는 바이크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자세히 살펴보니 바이크 뒷좌석의 소년에게는 그 몸을 감싸듯이 검은 로프가 감겨들어있었다. 

"이젠 납치인가?"

세게 혀를 차고, 쿠즈하라는 사이렌을 울리며 바이크의 마이크를 붙잡았다.

"검은 바이크! 소년을 풀어줘라!!"

바이크에서는 반항적인 엔진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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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 세르티씨!! 경찰이 쫓아오는데요!!"
[무시해버려]
"무시해도 되는거에요?!"

미카도의 바명같은 외침과 함께, 세르티는 좀 더 빠르게 도로를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쿠즈하라라는 순경과는 적잖은 연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때는 완전히 겁에 질렸는데 이번만은 이렇게나 위풍당당하게 달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역시 류가미네 미카도 때문이겠지.

"바이크! 다시 한번 말한다, 멈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왠지 감정이 실려있다. 저쪽에서는 미카도를 납치당했다고 제멋대로 판단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건 완전히 틀린 생각이고, 그렇다고해서 사정을 설명해주기 위해 순순히 속도를 늦춰 따라잡혀줄 생각도 없다. 왠지 모를 경쟁심이 화르륵 피어오르는 가운데, 세르티는 그림자로 미카도를 단단히 붙잡았다,

"당장 멈추고 그 소년을 풀어줘라!!"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도 제법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고 해서 질 것 같냐, 세르티는 이를 악무는 감각으로 승부에 임했다.

 

그리고 그날 이케부쿠로 도로에 스피드 전설이 하나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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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1)


-어찌어찌 돌아오는 길에, 신겐과 마주쳤다.

"이런이런 세르티! 너는 일처다부제를 지향하는 성격이었나?"
[그럴리가 없잖아. 멍청아.]
"흐음, 그렇다면… 소년! 이제부터 나를 할아버지라 부르도록 해라!!"
"네?"
[닥쳐, 죽어. 지금 여기에서 꺼져버렷!!]
"엣, 잠깐, 세르티씨 바이크로 사람을 치면 안돼요!!!"
[괜찮아, 사회악이니까 신라도 이해해 줄거야]
[밥먹고 갈래?]
"…아…음, 네에…"


(후일담2)

"미카도, 들었냐? 어제 검은 바이크가 라이라 학생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찰관이랑 속도 승부를 벌였대!!"
"……."
"들리는 말로는 그 학생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라던데?"
"에엑?!"